최눈꽃을 표절하자 - 눈꽃씨의 올해 목표였던 '다정한 사람'을 차용하기로 한다. 몇년을 날선 상태로 지내왔으니까, 이제는 좀 누그러져도 좋지 않을까 하고. 스무살의 날선 것과는 다르게 '스스로에게 (예전보다)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상태였던지라 나는 괜찮지만 상대방이 상처받았다며 화를 내고 나를 비난하는 것도 지겹다. 사과를 들고 와서 사과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너도 사과가 아름답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사람에게 나는 사과가 싫다고 말하거나 그것은 사과군요 라고만 말하면 상처받더라고. 애초에 사과를 들고 와서 코앞에 들이대는 사람이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저쪽은 그럴수도 있는 문제라고 좀 넘어가보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사과를 좋아할 자신은 암만 생각해도 없으니 영혼을 비우는 노력이랄까. 지인..
서울에는 만두만한 눈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기도 나가면 눈이 오려나 싶어 우산을 챙겨 옆에 두었다. 지금의 마음상태는 내내 오락가락, 괜찮다가 안 괜찮다 왔다갔다 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어서 애써 외면 중이다. 괜찮아지겠지, 괜찮겠지. 그러다 문득 엊그제 지나면서 봤던 자몽이 떠올랐다. 자몽 대여섯알이랑 백설탕 한봉지랑 베이킹파우더나 사들고 들어가 자몽청을 담그고 싶어졌지만 오늘은 회식이라, 내일은 퇴근길에 무거운 노란 봉투를 들고 퇴근할 것 같다. 자몽 좋아. 멍하니 있다가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서둘러 빨간 자몽을 떠올린다. 새빨간 속. 쌉싸름한 과육. 그럼 다시 멍해지면서 마음이 평온해진다. 자몽따위에 평온해지는 마음이라니. j씨에게 획득한 오만원은 데일리라이크 빅세일에 흔적도 없이 사..
자존심과 사명 사이에서 중립을 지킨다는 소리를 듣다가 그만 하라고, 나는 듣지 않겠다고 말했다.사명이 어떤건지 이해를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나는 내가 가진 사명도 아니건만 그것이 얼마나 무겁고 힘들고 경외로운지를 알고 있다. 그렇지만 말로 설명해야 충분히 설명 할 수 없는 부분이라 남에게 이해시킬 자신이 없다. 이번에도 설명을 하려고 시도했지만, '그렇지만 저쪽에선'이라는 말로 차단당했다. 원래 이쪽에 10만큼 있던 사람이 중립이라는 이유로 저쪽과 이쪽을 0으로 균형있게 맞추자면 이쪽에 -10을 해야하는건데, 이쪽에 속한 나에게 -10을 하겠다고 말하는걸 보니 속이 상했다. 화를 내봐야 조절 될 것도 아닌데, 괜히 화를 내서 나의 화만 스스로 돋굴 것 같아서 그만 뒀다. 화내기를 그만둔다는건 일종..
결혼식에 가서 밥을 먹는데, 대학 동기, 나는 봤던 기억이 없지만 나를 봤다는 기억이 있는 사람이랑 동석을 하게 되었다. 나와 j씨, 친구와 모르는 사람 이렇게 넷이 앉아있는데 j씨가 음식을 가지러간 사이 친구에게 '너는 나의 선물도 없이 고양이 선물만 챙기느냐'는 농담을 하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좋게 말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나쁘게 말하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하며 '결혼한거 아니야? 애 낳을 생각은 안하고 왠 고양이'라던가 '털때문에 애한테 안 좋잖아'라던가를 이야기했다. 나에게는 모르는 사람이니 존댓말로 인사를 하던 나의 예의는 말아먹고, 나름의 친근함의 표시인지 굳이 반말로 저러는 것이 이해가 안 가는 데다가 고양이 이야기로 굳이 모르는 사람과 감정의 소모를 하고 싶지 않은 나는 묵묵부답...
Q. 담배를 끊으면 당연히 건강에 좋은데도 참 힘든가요? A. 공부를 하면 당연히 서울대 가는데도 참 힘들죠.
아침에 구운 고구마가 식을까봐 무릎 담요에 꽁꽁 싸서 가방에 넣어뒀더니 사무실에서 담요를 꺼내는데 군고구마 냄새가 풀풀. 진작에 먹어치운 고구마는 냄새만을 남기고. 그러고보니 고구마가 좀 오래되서 그런가 죄다 마르고 몇개는 썩었더라. 옛날에는 고구마같은걸 어떻게 겨우내 보관했을까. 나는 안되는데 흑. 나라를 위한다는 단체들은 젊은진보를 종북빨갱이 취급하고, 젊은 세대라는 개개인들은 젊은보수를 죄다 일베 취급한다. 멋지네 민주주의. 이유가 있으면 사랑하는 사이에 한번쯤의 폭력은 허용되고 용서되어야 한다, 라는 논리의 이유로 헤어지는게 그렇게 쉬운게 사랑이냐는 되먹지도 않은 걸 들고나오는 사람을 봤다. 폭력을 행사할 만큼의 원인을 제공하면 폭력을 행사하지 말고 헤어져야 되는 게 맞다. 그게 연애던 친구던 가..
짙은은 왜 이렇게 겨울이랑 잘 어울리는 걸까. 겹겹이 옷을 껴입고도 길을 걸으면 추워 어깨를 양껏 웅크리는 겨울에 하루종일 짙은을 돌려듣는다. 사실 처음 시작은 눈꽃씨 생각도 나고해서 재주소년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다 빠지고 짙은만. 라고 쓰는데 디쎔버가 나온다. 아, 이 노래를 제일 좋아해서 그런가봐. 주말에는 뜨거운 물 넣은 물주머니를 하나씩 안고 주방 불만 켜둔 거실에 둘이 나란히 앉아 이불을 덮고 j씨는 커피, 나는 유자차를 놓고 게임을 했다. 대체로 내가 하지만 어려운게 나오면 패드가 j씨에게 넘어가는 관계로 거의 반씩. 어깨를 맞대고 한 이불속에서 게임을 하다 늦은 낮잠도 자고 그렇게 그렇게. 그러고보니 별 일이 없는 날들이 반복되면 글을 남길만한게 없다. 별 거 없는 날들이 나에겐 가장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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