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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목표

_e 2013. 12. 27. 11:36

최눈꽃을 표절하자 - 눈꽃씨의 올해 목표였던 '다정한 사람'을 차용하기로 한다.

몇년을 날선 상태로 지내왔으니까, 이제는 좀 누그러져도 좋지 않을까 하고. 스무살의 날선 것과는 다르게 '스스로에게 (예전보다)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상태였던지라 나는 괜찮지만 상대방이 상처받았다며 화를 내고 나를 비난하는 것도 지겹다. 사과를 들고 와서 사과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너도 사과가 아름답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사람에게 나는 사과가 싫다고 말하거나 그것은 사과군요 라고만 말하면 상처받더라고. 애초에 사과를 들고 와서 코앞에 들이대는 사람이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저쪽은 그럴수도 있는 문제라고 좀 넘어가보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사과를 좋아할 자신은 암만 생각해도 없으니 영혼을 비우는 노력이랄까. 지인에게 영혼없는 대답을 날리는 것에 대해서 마음에 걸렸었는데 영혼없는 대답이 서로를 상처주지 않는다면 필요악이겠지. 사회생활에서는 엄청 잘하는 부분인데도 그에 대한 반동인지 개인 생활에서는 잘 안되고 있다. 애초에 사과를 싫어하는 사람을 만났으면 될 일이지만 그게 어디 쉽나. 근데 나 귤을 얘기하면 얼마든지 맞장구칠 수 있는데, 사과에서만 그러는건데. 으으. 그렇다고 할지라도 부디 '오 아름다운 사과로군요'라고 말할 수 있기를.

그래서 내년의 목표는 다정한 서른하나. 상대방은 모르고 나만 영혼없는 다정함이라도 반복하다보면 습관이 되고 다정이 몸에 배이지 않을까 하는 살짝 대통령st 장래희망적인 바람도 섞어서. 라고 쓰다보니 살짝 억울하기도 하다. 난 그저 햄스터볼에 들어있을 뿐인데. 그렇지만 내 지인이 햄스터볼에 손을 넣어 휘젓는 부류라고 다 버릴수는 없으니까. 그러니까 그냥 다정한 사람. 다정한 서른하나. 힘내라 내년의 송쏠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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