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선물로 만들어 본 커플 여권 케이스. 호주로 신혼 여행을 가는 M에게 조만간 둘이 파리도 다녀오라며 에펠탑 원단을 골랐다. 여행 가면 돈, 바우처와 각종 인쇄물, 여권을 넣어 다니는 파우치 하나쯤은 있으면 편하니 때타거나 비맞아도 어느정도는 거뜬한 가죽 원단도 꺼내서 클러치백 사이즈로 파우치도 하나 더. 안감 배열을 서로 다르게 해서 같지만 같지 않은 컨셉. 여밈 단추로 가시 도트 단추를 달아주었는데 단추가 똑 떨어졌다는 톡이와서 조만간 만나서 스냅단추로 교체주기로 했다. 안감이 너무 두꺼워서 고정이 잘 안됐던건지ㅠㅠ 파우치에는 가죽라벨도 한컷 붙여주었고. 즐거운 여행 잘 다녀오길 :-)
제일 싫어하는것 중 하나가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서 남의 말이 들리지 않는 사람인데, 오랫만에 연락이 닿은 선배가 딱 그 모양새다. 오랫만에 연락와서 A를 아냐고 묻길래 예전에 알았고 연락 안한지 오래라는 답을 서너번은 더 한듯. 연락 안한지 오래라는데 왜 자꾸 A의 성격을 묻고, A의 동생을 묻고 연락처를 묻냐는거다. 게다가 내가 연락처를 알고 있더라도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 연락처를 알려주겠냐는 것. 한 3일에 걸쳐 띄엄띄엄 모르겠다는데도 거듭 물음을 던져서 욕을 하려다 그만 뒀다. 답을 안하고 몇 번 씹어버리니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갑작스럽게 다른 사람 질문만 해서 미안하다는데 별로 미안해 할거라고 생각도 안하고, 이제라도 그게 큰 실례라는걸 이해한 걸 축하해줘야 싶기도 하고. 안 그래도..
감기가 걸려 콜록거리는 j씨가 따끈한 차 한잔을 부탁해 물을 올렸다. 잠들기 바로 전이라 안경도 벗어 앞에 뵈는 것도 없겠다, 졸린 눈에 더 가물해져 티백을 넣고 컵에 물을 따르면서 손에도 조로록 같이 따랐다. 팔팔 끓기전이라 다행이었지만 한참을 흐르는 찬물에 대고 있었는데도 잠깐 물에서 손을 떼면 속에서 화기가 올라와서 끙끙거리며 뱅글 돌았다. 너무 찬 기운이 바로 닿지 않게 둘둘 둘러싼 아이스팩을 대고서야 겨우 잠들다가, 어느샌가 녹으면 그게 또 아프다고 끙끙내는 바람에 아픈 나는 오히려 잠깐씩이라도 잤는데 j씨는 한숨도 못 자고 출근한 월요일. 그리하야, 올해는 주구장창 말 그대로 '손발이 고생'이다. 이제서야 붓기 다 빠진 엄지발가락도 구부리러 병원에 가긴 해야하는데. 쉘 케이스를 공장이라도 된 ..
결국 비슷한 것들만이 남는 것 같다. 비슷하지 않은 것과 함께 하는 것이 사랑이겠지만 같은 양의 사랑을 양쪽에 준다고 하면 맞추는 과정에서 소모되는 사랑이 분명 있을테니, 마지막까지 남는 건 처음부터 비슷한 것이지 않을까. 큰 것들이 축을 뒤틀고 사소한 것들이 틈을 만드는 것들이 간간히 눈 앞에 나타날때면 무감각하게 지켜보다 결국 어찌할바를 몰라하며 애꿎은 손바닥만 쥐었다 핀다. 시뻘개지는 얼굴로 한참을 투덜대고 나니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버릇처럼 말하는 강처럼 꽃처럼은 아니어도 메마른 가슴은 내 목이 너무 마르니, 미움은 없이 살아야겠다. 애써 미움을 보지 않을 게 아니라 처음부터 미움이 생기지 않을 여유로운 마음이기를 원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 받지 않고 마이웨이인 것이 나이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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