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길어질 수록 밤은 짧고, 잠은 줄어든다. 사무실에 도착해 간단한 아침을 챙겨먹을 때까지 기억은 드문드문 없다. 밝은 새벽도 모자른 잠을 이길 수는 없는 모양이다. 핑거 스미스를 다 읽었다. 전자책으로 읽다 서점에 가서 책의 두께를 보고 놀랐다. 출생의 비밀은 전 세계에서도 통하는 만능 치트키인가 싶어 실망했지만, 영화의 엔딩보다 책의 엔딩이 더 마음에 들었다. 결국 벗어날 수 없는 곳에 앉아 있는 모드와 그 모드를 바라보는 수. 내가 꿈도 희망도 없는 사람이라서 그래 이게 현실이지- 가 아니라, 그 현실 속에서도 살아 남아 생을 이어가는 모드가 (그렇지만 수에게는 목숨을 내어 줄 것 같은 모드가) 좋았다. 그게 삶인가 싶었다. 주말마다 있는 약속에 주말 늦잠도 없이 이르게 일어나 움직이니 피로가 ..
맛있는 간식은 와구와구 잔뜩 먹을 수 있지만 먹고나면 냥무룩한 것이 기운은 여전히 없는걸로... 힘내라, 김크림! 힘내라, 늙은이! 그나저나 주식캔과 간식캔 어느 것에 섞어줘도 입도 안대던 비오비타를 듬뿍 먹일 수 있다니 로얄캐닌 파우치의 기호성이란 대단하다. 사료는 인도어 7세 이상에서 그냥 인도어로 다시 바뀌었다. 좀 더 살펴봐야지. 건강하게 살자 우리. 포동포동 살찐 김치즈는 매우 튼튼. 그리고 며칠이 지나 좀 기운 좀 차린 김크림이 이러고 자니, 김치즈도 질 수 없다는 듯 거든다. 덕분에 그래 자자,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좁아 보이는 지하였지만 한켠에 높이 뚫려 있는 천장에 어둡고 답답한 기운은 없었다. 제각기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의자들에 자리 잡고 앉아 오후를 보낸다. 뜨거워졌던 팔과 얼굴은 시원한 바람에 서서히 식어간다. 메신저에서 종종 이야기 나누었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의 시간들이 지나간다. 어색함도 지루함도 없이 조용하고 평온한, 강물 같고 냇물 같은 유-월의 토요일 오후. 오랜만에 주렁주렁 뭔가 팔과 손에 끼고 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을 보니 좀 더 해도 될 뻔 했다고 생각한 건 덤.
토스트계의 혁명 올리브팬을 구입했다. 달궈진 팬에 버터를 녹이고 계란과 다진 야채들, 옥수수를 넣어 휘휘 젓다 윗면도 흐르지 않을 만큼 익도록 약불에 둔다. 그 사이에 식빵을 한장 꺼내 계란 위에 올리고 팬을 닫아 손잡이를 꾹 잡고 휙 돌려 다시 열면 식빵 위에 얌전히 계란 부침이 얹어진다. 노란 치즈를 얹어 적당히 냉장고에 있는 소스들을 뿌리고 싱겁겠다 싶을 땐 소금 조금 후추 조금, 빵에 소스가 묻어 눅눅한 건 싫으니 그 위에 얇은 햄을 얹어주고 식빵을 올려 뚜껑을 눌러 닫는다. 가끔씩 열어 구워진 정도를 보다가 이 쯤 되었다 싶을때 꺼내 반으로 자르면 그럴싸한 토스트가 완성된다. 설명은 장황하지만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만들 수 있어서 한동안 평일에 쓰지 않던 가스렌지를 종종 쓰고 있다. 네이버 지도..
쏠씨랑 만나면 항상 가던 스시집을 안가고, 무한 리필 연어를 먹어보겠다며 강남역에서 만났다. 처음 생각했던 곳은 문을 닫았고, 다른 곳으로 갔더니 줄이 너무 길어 쉽게 포기하고 근처 이자까야에 들어갔다. 연어 사시미를 시켰는데 원래 다니던 스시집의 반절이 나왔다. 심지어 그 스시집은 뭔가 줄줄 이어 나왔는데 여기서 주는거라고는 단무지와 양배추 뿐. 허탈하게 웃으며 무한은 무슨 무한이냐며 다음엔 꼭 다시 교대에서 만나자고 다짐에 다짐을 했다. 야끼소바가 가성비가 3배는 더 좋아보임. 끙. 쏠씨는 연애를 시작했다. 쏠씨를 알고 지낸지 벌써 어언... 몇 년인지 기억도 안 나는데, 알고 지내던 중에 별로 못 봤던 '내가 좋아 죽는' 연애를 하는 모양이다. 오랜만에 만난 덕분에 연애 시작 전의 우여곡절도 잔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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