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한 집주인들은 아침 장을 보고 들어왔고, 게으른 손님들은 늦으막하니 잠에서 깨었다. 커튼을 걷어내니 볕이 좋았다. 밖의 바람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다던데도 얇은 티, 얇은 바지를 입고 평화로운 아침을 보낸다. 두어달 전 슬쩍 불러있던 배는 어느새 잔뜩 커져있었다. 가까이 있지 못해 자주 보지 못해 마음 한구석 조금 쓸쓸하게 지냈지만, 뭘 하든 조금 더 마음 가는 날들이 자주 있지만, 만나고 나니 어제 본 것 처럼 반갑게 웃고 떠들 수 있는 우리는 벌써 스물 여덟이 되었다.
셋째를 들이면 베이글이라고 이름을 짓는게 어떻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럼 넷째는 블루베리라던가 플레인이라던가도 괜찮겠다고 앞의 문장을 쓰면서 생각했다. 고양이는 나른하다. 구르고 펄쩍펄쩍 뛰어댄 카펫을 빨고 나니 보송보송 냄새가 좋았다. 둘다 겨울이라 그런지 겨울잠도 안자면서 투실투실해졌다. 그러나 간혹 잠이 들면 이런 모양새다. 크림의 사람 행세라니. 쓰레기를 내어놓으러 잠시 열어둔 문으로 크림은 또 가출을 시도했다.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 우리는 문을 닫아버렸다. 돌리던 청소기를 정리하려는 찰나 어디선가 아득히 먼곳에서 김크림의 처절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화들짝 놀라 문을 열었다. 쏙 들어온 크림의 등털은 부스스하게 서있었다. 빌라의 현관문은 겨울이 되고 닫혀있어서 어디 갈 생각도 못했던 모양이다. 어..
눈꽃씨의 꼭 한달을 맞춘 센스있는 생일 선물은 일본에서 온 사쿠란보. 루피시아 매장이 하필이면 2009년 여름에 한국에서 철수 했고, 덕분에 한국에서는 정상적인 루트로 구입할 방법이 없는 관계로 한동안 눈물 짓던 사쿠란보를 드디어 마시게 되었다. 향차보다는 클래식한 홍차를 더 좋아하지만 사쿠란보만큼은 향만 나고 아무 맛도 없는 맨물이어도 괜찮을거야. 크리스마스 한정 틴의 위엄. 루피시아 매장이 한국에 없는게 슬프기도 하지만 좋기도 한건, 한국 매장이 철수하기전에 루피시아에 빠졌으면 나는 가산을 탕진했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노멀 틴은 심플해서 좋고, 시즌 틴은 특색 있어 좋다. 그리고 난 뒤에 지역 한정 틴 모음을 봤는데, 다 가지고 싶다. 맛은 모르겠고, 일단 틴이 너무 예뻐. 시음해보고 싶은 차..
" 저희랑 같이 사시지 않으실래요? 좁지만 시즈쿠랑 같은 방에서 주무시면 되요. " " 무슨 소리야, 에이지 씨 잘 자리가… " " 저는 빈 방 치우면 어떻게든 잘 수 있어요. " " 할머니, 같이 자요. 치로루랑 셋이. 시즈쿠 코 안 골아요. " " 가끔 이는 갈지만. " " 그런 거 안 해요. " " 기뻐. 에이지 씨, 시즈쿠. 마음만 정말 고맙게… " " 히시다 씨를 동정하는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저희가 히시다 씨랑 함께 살고 싶은 거예요. " " 응, 맞아요 " " 시즈쿠는 앞으로 반항기랄까, 그러면 저 혼자는 좀 그렇고… " " 미안하지만 날뛸 거예요. " " 저도 꽃에 대해 더 알려주셨으면 해요. 저희와 가족이 되지 않으실래요? " " 가족? " " 피가 섞이지 않았어도 같은 집에 살..
구두를 신으려다 좀 더 편한 단화로 갈아신는다. 발이 시려울걸 생각하면 부츠가 낫지만, 사무실에 하루종일 앉아있기엔 마땅치 않다. 집 앞 계단은 미끄럽다. 조심조심 디디고 내려가다 우뚝 서 핸드폰을 꺼냈다. 벌써 십분은 늦어 버린 시간에도 걸음을 빨리 옮길 엄두는 안 난다. 서두르다 넘어지면 영영 못가는 수가 있으니까. 소복하게 쌓인 눈 앞에 잠시 서 있다 다시 걷는다. 천천히 가끔은 종종. 오늘의 배경음악은 몽구스와 네온스. 뒤늦게 몬구씨 목소리에 빠져있다. 반짝이는 작은 별빛 속에 사랑스런 검은 눈동자 나빌레라 내 사랑아 무엇 하나 못잊을 그대. /// HTC Desire
눈이 오는 날은 - 우유 조금 거품 많이의 드라이한 카푸치노나, 시나몬은 입도 안대면서도 유일하게 마시다시피하는 차이티라떼 생각이 내리는 눈 마냥 퐁퐁 난다. 뜨끈한 우유와 커피나 차라니 생각만으로 따끈따끈하네. 다만 나는 지난주에 2주치 약을 받아오면서 커피와 우유 금지령을 받은 관계로 한동안 우유와 커피를 멀리하며 지내야 했고, 그러던 어제는 참치 못하고 그만 카푸치노를 마시고 밤새 지옥을 경험했을 뿐이고, 다시 한번 머릿속에서 저 멀리 치워두었지만. 커피, 커피가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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