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맨즈 스카이라는 신작 게임을 보고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그런 게임은 아마 멀티 플레이가 필수 일거라는 이야기에 마음을 접었다. 온라인 게임을 안하는 이유가 남들과 게임하기 싫어서인데, 광활한 우주에 홀로 남아 자원을 모으고 우주선을 만들어 다른 행성으로 옮겨 다니는 게임에서 다른 사람과 협력이라니 이게 무슨 이야기란 말인가. 나의 노는 시간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 경쟁이나 협력을 요구하는건 마치 오늘은 집에서 뒹굴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누군가 찾아와 세차게 문을 두드리며 혹은 문을 따고 들어와 뒹구는 것을 함께하거나 경쟁하자고 하는 것 같은 기분이라 싫단 말이다. 엉엉. 다시 찾아보니 게임 타이틀에 적합하게도 싱글 플레이만 가능한 게임이라 안심했지만, 그래픽이 영 흡족하지 않아 또 마음에서..
결혼을 하고 1-2년은 만나는 사람마다 아이 계획을 물었고 대충 넘기고 넘기다 보니 다들 뜸해져서 안심이었건만, 나이를 먹고 6년차에 들어서고 주위에 아가들이 늘어나니 다시 슬슬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언젠가부터는 생기면 낳겠다는 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런 나를 보며 e언니는 백프로 원하지 않으니 생길리가 있나를 이야기했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에게 백프로는 영영 오지 않을텐데 어쩌나 싶은 기분이 들었다. 모두의 말대로 낳으면 내 자식이니 어여쁠테고, 피는 물보다 강하다는 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닐테니 아마도 괜찮겠지만 그 '아마도'가 문제인거겠지. 굳이 따지자면 임신과 육아, 아이에 대해 무감각한 편이라 좋지도 싫지도 않은 그 것에 내 인생을 실을 자신이 없는 것이 맞을거다. 차라리 자연스럽게 생..
어젠가 엊그제 꿈에서는 출근 버스에서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 급하게 내렸더니 저 앞에 바다가 있었다. 건물들 사이로 듬성듬성 보이는 바다를 보며 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츨근을 위해 바로 앞의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더랬다. 그리고 오늘의 바다는 좀 더 가까웠다. 한쪽 방 큰 창문을 열번 바로 바다 물이 찰랑였다. 창틀에 올라 앉아 발을 아래쪽으로 쭉 뻗으면 발 끝에 물이 닿았다. 오키나와와 제주에서 봤던 남색과 옥색의 물. 갑자기 내리는 많은 비에 방 안으로 몸을 들이고 비가 오는걸 보고 있자니 옆에서 누군가 바다는 비가 와도 넘치지 않으니 안심하라고 했다. 별로 불안했던 건 아니었지만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던 것도 같다. 손으로 쓰다보니 영 지저분 한 것이 성에 안 차서 컴퓨터 앞에서 정리를 하기 ..
출근 버스에 올라탄지 10분 만에 오른쪽에 둘, 왼쪽에 하나 따끔한 느낌이 몰려온다. 한동안 모기가 없다 했더니 아니라며, 자기 여기 있다며 나의 아킬레스건을 공격했다. 간지러운 것 보다는 낫지만 따끔화끈의 느낌에 쉽게 잠들지 못했던 아침에도 잊지 않고 굿 모닝. + 다행히 혹은 당연히 잠이 들고 나서는 발목의 통증따위 무슨 소용이냐며 잘 자다 에어컨에 추워 눈을 뜨니 발목의 느낌이 사라졌다. 모기 물렸을 때는 역시 긁지 않아야 된다는 엄마 말이 항상 맞다. 잘 안돼서 그렇지.
주위에 후비안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는데, 덕과 덕은 통한다고 다른 덕질로 만난 동네 친구가 알고보니 후비안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타디스를 가야한다며 가야지 가야지 하다 서로 바빠 해가 바뀌고 여름이 되서야 만나게 되었다. 딱히 덕덕한 공간은 아니었지만 이름이 일단 타디스니까 입구에서 감동을 좀 하고 시작하자. 일상 생활을 하다 우리끼리 통하는 무언가로 서로 '앗, 동지'라고 알아채고 반가워 할 때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닥터후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그런 가게 이름으로, 후비안들에게는 반가운 이름으로. 카운터에는 작은 타디스가 놓여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 처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너댓 시간은 금새 지난다. 덕질을 하다 만나는 많은 사람들 중에 꼭 하나 둘씩은 그 덕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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