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HYANG

도시 사람 된 지 얼마나 됐다고 다람쥐를 보고는 신기하다고 쪼르르. 가까이가면 도망갈 것 같아 조심조심 다가갔지만 폰 카메라의 한계란. 내가 다가갔던 것보다 빠르게 쪼르르 도망가버렸다.

스콜인양 쏟아지는 비를 내다보던 토요일 오후

쉬는동안 전시들을 많이 보러 다니려고 한다. 일단 상상마당의 레이먼 사비냑 기획전. 전시관이 매우 작아 30분 남은 도슨트의 설명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나왔지만, 30년도 넘은 포스터들이 아직까지도 선명하고 귀염귀염한것이 인상적이었달까.

나나 언니 덕분에 파란 바다를 드디어 보았다. 하루 종일 비가 올 거라던 수요일에 느지막하니 일어나 밥을 먹고 씻고 나가려고 하니 해가 반짝. 버스 두어 정거장을 달려 내리니 파란 바다가 보여 폴짝거리면서 신났다. 파도가 들이치는 하얀 경계선 바로 옆도 파란 에메랄드 빛이었던 바다. 바다에 발 담그고 있자니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해 집으로 급히 돌아갔지만 다음에는 서우봉도 오르고 좀 더 오래 있다가 와야겠다. 다녀온 지 일주일밖에 안됐는데 '다음'이라고 말하게 되는 것들이 왜인지 가득하다.

나나언니 방 천장은 바다 같아서 고개를 들어 위를 보고 있자면 평온한 느낌이 든다. 다음에 오면 짐이 커지더라도 홈스타를 들고와서 바다에 별을 한가득 쏟아놓고 한참을 보고 있어야지.

항상 사람이 많다던 요즘의 '핫 플레이스' 경리단은 메르스의 여파인지 오랫만의 폭우 덕분인지 사람이 적어 한산했다. 얼마전에서야 예전 기억속의 그 길이 경리단 길이라는 것을 알았고, 대체 그 오르막길에 뭐 볼 것 있다고 사람들은 그리고 그 길을 걷는가 생각했다. 아직도 남아있는 몇개의 풍경들을 보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면서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움직일때마다 적게 오던 비가, 가게에 앉아있자면 마구 쏟아져내린다며 온갖데 자랑을 했고, 비오는 날이라며 핑계삼아 오랫만에 커피도 한잔 마셨다. 덕분에 즐거운 나들이.

귀찮은 재단은 되도록이면 빠르게 해치우는게 제맛. 여름 맞이 블루머를 만들어보려고 얼마전에 주문한 랜덤원단 두봉지를 뒤적거려 골라냈다. 패턴이 2세부터라 어린 꼬꼬마들은 다음으로 미루고 일단 친구네 꼬-꼬꼬마용. 시크한 도시남자 스타일로 만들어볼테다.

감지도 뜨지도 못하는 시뻘건 눈에 이틀 연속 쫓겨나다시피 조퇴를 하던 날. 강변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밖을 내다보니 세기말 SF 영화인양 뿌옇다. 우스개 소리로 '오늘 같은 날 숨 많이 쉬면 죽을 것 같아'라고 메시지를 보내고 가방 안에 마스크를 꺼내 주섬주섬 쓰고나니 얼굴이 쾡한게 영락없는 환자라 낮은 스크린도어에 부분부분 비치는 얼굴이 우습다.

나란히 혹은 줄을 세워 천천히 걷는다. 선선한 바람, 반짝이는 볕, 일렁이는 그림자.

크림브륄레가 먹고 싶다며 오랫만에 간 애슐리라 메인 메뉴를 겨우 한 접시 대충 먹고는 내내 디저트를 가져다 먹었다. 파나코타, 티라미수, 크림브륄레. 사진에는 없지만 구운 자몽도 잔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