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HYANG

왜 김치즈는 잠만 자도 귀여울까. 왜 김치즈는 입을 슬쩍 벌려 송곳니를 보여주며 자는걸까. 고양이는 좋겠다. 잘 자고 잘 먹기만 해도 누군가 귀엽데. 신상 커버링 의자를 차지하고 낮잠을 자는 고양이들. 내 자리야 거기.

주말 오후, 서있는 줄을 보고 돌아섰던 반고흐 인사이드가 못내 아쉬워 클림트 인사이드를 가기로 한다. 전시는 사전 정보 없이 가는 걸 좋아해 정말 '그냥' 갔더니 설치 미술과 비디오 아트로 가득해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익숙해졌다. 평일 낮 전시는 사람이 많지 않아 한가로워 좋았고, 전시는 그리 크지 않아 금새 보고 나왔던 것 같다. 그렇지만 한참을 앉아있었던 나무들의 스크린.

한강을 지났다. 2호선과 7호선의 환승은 멀다. 한참을 걸었더니 바람이 쌩쌩 부는 지상 승강장이 나왔다. 옷깃을 여미면서 읽히지 않는 에세이를 중단하고 소설책을 열었다. 벌써 3번째, 소설도 산문도 그저 남의 이야기인건 같은데도 산문은 유독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언젠가는 며칠 전의 시처럼 갑작스레 읽고 싶을 때가 오겠지만 일단 지금은 넘어가고, 업체 미팅과 점심 약속의 중간은 차이티 라떼로 채우고, 핫팩을 주물거리며 월요일을 시작하고.

동글동글한 병 모양도 손바닥에 닿는 서늘한 감촉도 복숭아색 멜론색도 귀여워

몇년 전부터 연하장 대신 자그마한 달력을 보낸다. 시간을 보내고 나이를 먹는 것이 뭐 별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올 한 해 함께 해주어 고맙다고, 내년의 보통날도 우리 함께 하자며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년 준비. 그 달 그 달의 풍경을 넣어 내년을 준비해두면 달이 바뀔 때 아, 작년엔 이랬었지 한다. 내년에도 아, 이랬었지 해야지.

구월부터 시월을 지나 십일월이 되어서도 가을인가 겨울인가 한다. 이렇게 기인- 가을을 보내고 나면 어떤 날들이 또 오려나.

겨울이면 시장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천원에 네 개인 붕어빵을 산다. 찬바람을 맞으며 봉지에서 하나씩 꺼내 먹다보면 붕어빵 기계를 한대 사고 싶달까.

일을 다시 쉬기 시작한지 평일 이틀째. 늦은 시간 일어나는 것이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금새 괜찮아지겠지. 옷을 단단히 입고 나왔지만 손이 시리도록 차던 가겨울의 공기, 시내와 함께 섞여있던 성곽들의 신기했던 풍경, 따뜻한 공기로 가득 차 있던 가게에서의 우유 아이스크림, 진한 단풍의 색들과 지나던 시간의 흐름.

꽉 채워 6년. 반지에는 세월의 흔적이 잘고 고르게 새겨져있다. 별 일 없는 결혼기념일, 우리같은 보통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