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도 없이 간 제주에서 보고 싶었던 것은 일단 하나였다. 오래된 나무들이 가득한 곳. 비자림. 붉은 길을 따라 걷다보면 끝없이 펼쳐질 것 같은 숲길이 나를 기다리는 곳. 커다란 비자나무들을 보며 찬찬히 걷자면 이런 길들이 이어지고, 소원비는 돌이 촘촘히 쌓여있는 길도 돌아 천천히 걸었다. 둘 다 걸음이 빠른 편인데도, 사람이 뒤에 온다 싶으면 먼저 보낸다고 걸음을 멈추고 한바퀴 둘러보고, 다시 걷다 멈추고의 반복이었다. 시간을 걸음에 흘려보내는 것이 낯설지도 않고, 부담되지도 않았다. 조급함도 없이 그저 천천히 걸었다. 돌아오는 길 끝 무렵에는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왔다. 축축히 젖었지만, 더 젖으면 움직이는게 힘들 것 같아 매점에서 우비도 하나 사입고 990번 버스시간은 이미 지나..
아침부터 부지런히 월정리 해변 가는 길. 701번 버스를 타고 구좌 초등학교에서 내렸다. 그 전 정류장인 월정리에서 우르르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버스에 타고 있던 할아버지는 왜 그리 먼 길을 고르냐며 혀를 차셨고,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내색하지 않고 버스에서 내렸다. 몇 일 있지도 않았건만 제주도의 돌담 길은 우리 동네 빌라 담벼락 같은 느낌이다. 곳곳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 것. 돌 담 넘어 땅에서는 김이 풀풀 올라왔다. 저 멀리 보이는 하늘도 뿌연데, 땅까지 땅 안개인가 싶었지만 일단 걷자. 걷는 것 하나는 참 잘한다. 월정리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둘이 서로 마주보고 허탈하게 웃고는 한바퀴 돌고 나가기로 했다 (...) 제주도의 핫 플레이스라며, 그렇게나 어여쁘다며. 아..
눈꽃씨가 추천해 주고, 검색하면 거기만 나오던 그 집이 문 닫힌 것을 문 앞에서 발견하고 좌절했다. 하루종일 먹은거라곤 아침 일찍의 조식과 요거트와 아이스크림 뿐이었으니까. 배고프면 사나워지는 한마리의 작은 짐승 같은 나는 좌절을 길게 할 수도 없는 상태를 빠르게 판단하고 검색을 시작했다. 도보 10분 정도 거리의 해물탕집을 발견하고 전진. 무더웠던 낮보다는 조금 선선해지는 저녁이라 배가 고파도 힘내 걸을만 하다. 에어컨 청소가 내일 이라며 가게 안은 더웠지만 땀 흘려서라도 일단 먹는게 먼저니 자리 잡고 앉았다. 사진을 찍으라며 위에 살아있는 문어도 올려주셨지만, 문어가 전복을 다 가리면 그게 뭐람, 나에게 중요한것은 문어보단 전복. 오랫만에 해물들 두둑히 먹었다. 결국 소화제 사먹은건 당연한 결과 (...
침구세트를 만들어 보겠다며 특가 원단 1롤을 사서 쟁여둔게 대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데, 해야지 해야지 하고 시간만 보내다 드디어 김크림의 이빨 자국이 가득한 비닐을 꺼내 열었다. 원래 쓰던 이불 커버가 부드러워 좋았지만 얇은 까닭에 김크림의 열렬한 꾹꾹이로 구멍이 나고, 자면서 이불을 얌전히 쓰지 않는 내가 뒤척이며 점점 구멍을 키우고 나니 어느덧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만한 구멍이 생겨서 안되겠다 하고 대충 기워두긴 했는데 안되겠다 싶어서 시작했다. 주말 하루만 꼬박 쓰면 되는 걸 뭐 그렇게 귀찮다고 열심히 미뤘는지. 베개 커버까지 세트로, 사진으로는 회색으로 보이지만 잔 스트라이프 린넨+코튼. 원단 자체가 묵직한게 들뜨는 것 없이 잘 덮여서 좋다. 기대거나 발 받침용으로 쓰느라 부피가 반으로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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