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 넓은 코엑스에서 어딜갈까 고민하다 샤이바나. 잠발라야가 먹고 싶었다. EAT TODAY, DIET TOMORROW. 라니 치킨은 살 안쪄요, 살은 내가 쪄요에 버금가는 권유로구나. 뜨겁고 많고 맛이 좋았다. 음식이 빨리 나오는 편이라 줄이 길어도 한번 서봄직합니다.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밍지의 초대권에 감사히 들렀다. 올해의 감상은 벽있는 부스가 있고, 책과 코스프레가 없는 서코 느낌. 힘이가 너무 들어 내년에도 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핸드메이드페어는 눈꽃씨 협찬으로 다녀왔는데 중소기업 박람회 느낌이 들어서 눈물을 좀 닦고. 귀여워. 지나다가 보이는 네온 사인 간판이 어여쁜 가게에 들어갔다. 분위기도 좋고 가게도 한산하고 좋은데, 심야식당에서 먹었던 걸 생각하고 시킨 감바스가 바보야. 빵도 바보..
과거에 했던 것들 중 쑥스럽지 않은 것이 뭐 얼마냐 있겠냐만, 만들었던 소스를 들춰내는 것은 조금은 더 부끄럽다. 심지어 그 소스를 뜯어고치지도 못하고 계속 가져다 손톱만큼만 고쳐 써야하는 상황일때는 더더욱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만으로 얼굴이 화끈화끈. 이번 일은 프로젝트 3개를 동시에 진행하는데, a번 프로젝트에서는 모든 것이 신규라 신나게 스타일시트를 짜고 html을 그려내다 b번 프로젝트에서 오늘 드디어 작업 요청이 와서 3년전 내가 만든 소스를 열고 있자니 눈물이 난다. 그래도 별 수 없지 해야지.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아마 내년이나 후년쯤 지금 내가 새로 짠 소스를 보며 또 부끄러워 하고 있을거다. 성장이니 좋다고 생각해야지, 나이 서른 중반이 넘어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니 - 심지어 내가..
잠이 드는데 오래 걸리고 중간중간 깨는 조각잠의 시즌이 돌아왔다. 계절이 바뀔때 유난히 그런것 같기도 하고, 사실 그런건 아무런 상관없이 랜덤인듯도 하고. 며칠 벌건 눈으로 낮에 꾸벅꾸벅 졸다 보면 다시 밤 잠이 돌아올테니 걱정은 없지만 그래도 피곤은 해서 혀가 꺼끌꺼끌. 이것 또한 지나겠지- 라며 일 시작하고 못 간 헬스장에서 짐을 챙겨오고 덤벨을 주문했다. 역시 회사를 끝나고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헬스장이라니 말도 안되는 일이었지, 나는 집에 제일 좋은 사람인데. 집이 제일 좋은 나는 집에서 운동을 할 예정이다. 이렇게 적어놓으면 조금이라도 더 하겠지. 효리네 민박이 그렇게 인기라, 페북에서 많이 친구들이 좋아요를 누른 캡쳐를 잔뜩 보았다. 다정한 남편과 사이좋은 부부의 이미지들에 남자친구의 이름을..
아가미가 필요했던 토요일 오후. 서울은 둥그런 어항 같아서 물 속에 있는 듯 축축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고, 덕분에 바다로 둘러싸여있는 여름 섬의 느낌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별 거 아닌 것들을 섞어 애정과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커다란 접시에 한가득 나온 고기와 감자튀김을 먹었다. 꽤 많이 쌓인 우리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알록달록 시원한 음료수를 마셨다. 컵에는 금새 물방울이 맺혀 주르륵 흘렀다.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며, '앞 일을 한치 앞도 모르지만' 이라고 각자의 미래 소개를 하고는 조금 웃었다. 어항 속 물고기처럼 유영하듯 가만히 앉아 시간의 흐름을 보내던 여름 날.
만남을 끝내고 집에 도착하니 열시, 문 앞에 쌓여있는 택배들을 옆으로 옮겨 치우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여놓았다. 창문들을 죄다 열고 발에 밟히는 것들에 방을 쓸까 말까 열심히 고민하며 택배 상자를 뜯고 재활용품들을 정리한다. 묵직하게 한박스로 온 사과는 작은 롤백을 꺼내 물기를 수건으로 닦고 하나씩 넣어 묶고 냉장고 야채칸에 차곡차곡 넣었다. 고양이 밥을 채우고, 고양이 물을 닦아 새로 주고, 배송 온 수건은 빨아야 쓸 수 있지만 밤에는 세탁기를 돌릴 수 없으니 아침에 나갈때 세탁 예약을 하고 가야겠다며 시간을 머릿속으로 세면서, 움직일 때 마다 발에 느껴지는 이물감에 결국 참지 못하고 부직포 청소기를 들었다. 피곤한 눈을 껌뻑거리며 왜 항상 집에 늦게 들어오면 할 일이 평소보다 많은건지, 안해도 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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