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걸었다. 백팩을 매고 운동화를 신기를 잘했다. 남쪽은 따뜻할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만큼 따뜻하지 않았다. 기차를 놓친 현이는 아침부터 발을 동동 구르며 뛰어다녔고, 이야기를 들은 J씨는 너무 일찍 출발한 탓이라며 혀를 찼다. 켄과 함께 도착한 죽녹원에는 무섭게 생긴 팬더들이 우리를 반겼다. 너무 무서워서 사진은 올리지 않을테야. 마치 팬더 분장을 한 사람의 조각상 같았다.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고스란히 들려오는 죽녹원에서 이런저런 자잘한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하고, 아무말을 하지 않기도 하며 우리는 걸었다. 스산한 겨울에도 파란 대나무 숲은 밖보다 추웠지만 서늘한 공기가 싫지 않았다. 사람이 없어 여유로운 것이 오히려 더 좋았다. 여름에 다시 한번 와야겠다며 다음을 기약한다. 사실 겨울엔 정말 사람..
집에 클래식 홍차와 가향차들을 꽤 다양하게 갖춰놓은 덕분에 홍차집에 갈 때마다 무얼 마실까 항상 고민한다. 집에서 마시지 못하는 차를 마셔야한다는 의무감이 드는 와중에 장미향은 절대 싫고, 열대향도 싫어하는데다 카라멜 향도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다던가 하면서 범위가 점점 좁아지기도 하고. 그렇지만 오리페코는 귀여우니까 그것만으로 괜찮아서 오늘도 메뉴판을 들고 고민을 잔뜩 하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가향차를 마시고 왔다. 배가 잔뜩 불러 들어간지라 단 것은 패스하고 고민하다 시킨 스콘은 바로 구워 나오는 덕분에 뜨끈뜨끈하니 맛있고, 오랜만에 갔더니 사쿠람보도 있길래 모아에게 적극 추천했다. 내가 처음 접했던게 아이스였던 덕분에 아이스도 따뜻하게 먹는 거 처럼 마음에 들거라고 생각했지만 잠시 맛을 보니 따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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