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눈이 번져
잠이 오지 않을 때면 누군가 이 시간, 눈 빠알갛게 나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꾸만 나를 흔들어 깨운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을 만나기 위해 눈 부비고 일어나 차분히 옷 챙겨입고 나도 잠깐, 어제의 그대에게 멀리 다니러 간다는 생각이 든다 다녀올 동안의 설렘으로 잠 못 이루고 소식을 가져올 나를 위해 돌을 괸 채 뭉툭한 내가 나를 한없이 기다려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순간, 비 쏟아지는 소리 깜박 잠이 들 때면 밤은 더 어둡고 깊어져 당신이 그제야 무른 나를 순순히 놓아줬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도 지극한 잠 속에 고여 자박자박 숨어든다는 생각이 든다 그대에게 다니러 간 내가 사뭇 간소하게 한 소식을 들고 와 눈 씻고 가만히 몸을 누이는 이 어두워 환한 밤에는 고영민 / 꽃눈이 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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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3. 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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