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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사이

_e 2015. 4. 1. 16:56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슬슬 아침 출근길의 어두움이 가시기 시작해 이제서야 봄이구나 싶다. 통근 버스를 타러 걷는 길은 양 옆이 해가 잘 들거나, 하루종일 해가 들 일이 없어 사뭇 풍경이 다르다. 한쪽은 목련이 진작 피어 주먹만한 꽃을 내었고, 팝콘이 덜 된 옥수수알 마냥 작고 단단하게 보이던 벚꽃의 몽우리들은 갑작스레 꽃을 피워대기 시작했다. 다른 한쪽은 이제서야 겨우 길죽하게 목련의 꽃망울이 보인다. 해가 쨍쨍한 곳에 서서 한발자국 앞의 쏟아지는 비를 보는 기분으로 길을 걷는다. 작년에는 목련과 벚꽃과 개나리가 한번에 피고 지더니, 올해는 변덕없이 순서대로 피고 있다. 다들 봄에 맞는 옷들을 입고 다니는데, 나는 아직 얇은 겨울 코트를 벗지 못해 아직도 겨울과 봄 사이에 있는 듯 하다. 꽃이 한창인 이쪽 길과 이제서야 피울 준비를 시작하는 마주보고 있는 길 마냥 계절의 사이에 서 있다.

비가 왔으니 이제 꽃들이 활짝 피겠지. 이번 주말과 다음 주말은 꽃 구경이나 가야겠다. 둘이 손 잡고 걷기 좋은 날 들.

봄이 와도 별 다른 것이 없건만, 봄이 오면 봄이 오면 - 하고 말하기를 벌써 몇 년. 봄이 오니 드문드문 들려오는 플리마켓 소식들에 요새 뜸 했던 미싱을 돌려 만들기를 하고 재고를 넉넉히 만들어 나가볼까 하며 봄을 떠올렸다. 브랜드 네임이라고 하기에는 거창하지만, 그래도 걸고 나갈 이름 하나쯤은 있어야할 것 같아서 결정 된 이름은 봄 노래 - SPRING SONG. 내 영문 성인 SONG은 어디에 가져다 붙여도 노래가 되어 좋더라. 로고를 만들고, 라벨과 명함, 스티커 디자인을 슬슬 하고 있다. 제품을 먼저 만들고 마켓 신청을 좀 먼저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 있지만 애써 무시하자면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참으로 즐거워 하는구나 싶기도 하고. 그저 준비를 매우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런가 싶기도 하고.

요즘의 플레이 리스트는 혁오. 쏜애플과 짙은도 간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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