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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 간장

_e 2015. 3. 10. 16:12

바람이 쌩쌩 부는 퇴근길에 시장을 들렀다. 그새 쏙 들어갔는지 잘 보이지 않는 달래를 겨우 찾아내 한 묶음 사 들고 따끈한 두부 한 모를 손에 감싸 쥐어 집으로 들어갔다. 예전에는 계절음식을 챙겨 먹는 걸 딱히 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계절마다 제철에 맞춘 것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이제 콩나물밥을 지어서 만들어둔 달래 간장에 쓱쓱 비벼먹는 것만 남았다. 

결국 젤 네일 램프를 들여놨다. 쏙 오프니 뭐니 죄다 귀찮고, 네일샵 가는 것도 번거로워 안 하던 젤 네일이었는데 이니스프리에서 증정 행사를 하길래 바로 결제. 자기 바로 전에도 하고 잘 수 있고, 반짝거리는 것이 오래가는 데다가 찍히거나 벗겨짐이 아직 없어 매우 만족스럽다. 이제 컬러들을 사 모으지만 않으면 되는데 과연. 

피치가 오키나와 취항을 선언했지만 9월부터란다. 연차 따위 없는 일용직 노동자 프리랜서는 돈이 들어오지 않는 잠깐의 텀에야 평일에 쉴 수 있는데, 그것이 8월이라는 게 함정. 한글날 끼워 갈까 찾아보니 티켓이 어제 오픈인데 이미 값이 오를 데로 올랐다. 사람 생각하는 게 다 똑같은 법이지. 나는 다음 프로젝트가 끝나는 때를 기약하기로 하고, 내가 못 가니 누구든 최저가로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JH에게 바로 연락을 해 영업을 하기 시작한다. 다단계 회사에 들어가면 순식간에 다이아몬드가 될 것 같은 나의 영업 실력이 한번 더 빛난다. 아무래도 진로를 잘못 선택한 걸지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곁들이면서 '내 안에 한심함 포인트를 쌓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했다. 문장으로 써 두니까 꽤 정색한 것 같지만 앞뒤로 ㅎ과 ㅋ이 많이 붙어있었다. 지금의 점수가 몇이냐고 묻길래, 점수는 결승 공개라니까 무섭다는 답이 왔다. 하지만 결승이라는 것조차 말하지 않고 결승전이 끝나자마자 너는 탈락이라고 말했던 때도 있었으니 지금의 결승 전 점수 공개는 나와 상대방 선수를 위하는, 매우 개선된 시스템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나는 예전에 비해 괜찮다'는 말이 내가 해놓은 말들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도 아니니 말로 꺼내놓지는 않고 그저 같이 웃었다. 나이를 먹고 같이 지내는 날들이 늘어나면서 가장 좋은 것은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될 말, 해도 되는 말과 하지 않아도 되는 말들을 잘 골라낼 수 있다는 것인듯싶다.

단편 소설은 도저히 못 읽겠다며 몇 번이고 포기한 책이 한 권 있었는데, 제일 앞 소설을 스킵 해버리니 그다음부터는 술술 읽힌다.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들인데도 굳이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야만 했던 과거 나의 강박에 혀를 찬다. 다 읽고 나면 요 몇 주 서점에 가면 뱅뱅 돌기만 했던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 집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으니 도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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