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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자 문자 메시지에 내용을 담자면 띄어쓰기도 없이 꽉꽉 눌러 담아야 했던 예전 버릇이 아직 남아있어 유독 핸드폰으로 쓰는 메시지들은 띄어쓰기 하나 없이 보내곤 했다. 이제는 글자 수 제약도 없고, 보내는 메시지 수 제약도 없는데 좁디좁은 공간 인양 몸을 구겨 실어야 하나 싶어서 제대로 써보려고 마음먹었다. 아직까지는 서너 개 중에 하나는 띄어쓰기 없이 전송 버튼을 누르지만 그래도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비단 메시지뿐만 아니라 흔하게 틀리는 맞춤법들이나 잘 알지 못 했던 것들이 가끔씩 튀어나와 나의 국어 실력을 의심케한다. 좀 더 바르고 정갈한 문장을 사용하고 싶은 것뿐인데, 의식하고 신경을 써도 삼십 년 버릇이 어딜 가나.
핸드폰을 바꿨다. 결국 핸드폰을 2년이나 썼다는 것에 놀라며 새 핸드폰은 좀 더 오래 더 써보려고 한다. 덕분에 어젯밤부터 네트워크 오프라인 상태. 와이파이가 간간이 잡힐 때 카톡이나 몇 개 보내며 깨달았는데, 네트워크가 연결되지 않으면 핸드폰으로 할 일이 없다. 여행을 다니거나 어딜 찾아갈 때 지도 어플을 사용하면서 '예전에는 어떻게 찾아다녔나 몰라'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거겠지. 9시 전에 용건만 간단히 했어야 했던 집 전화 통화를 하던 때도 있었고, 공중전화 카드에 움푹 점이 찍혀 나오던 때도 있었는데 어느새 -라고 쓰고 있는 걸 보니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싶다. 얼른 퇴근해서 집에 가야지. 언제나 새 기계는 신 나는 법이라 이미 머릿속은 집으로 달리고 있다.
누구에게나 한 두 번쯤은 커다란 분기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삶은 무수한 선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그중에서도 조금 더 큰 선택이 몇 개 있어 그 사람을 흔들고, 보는 시야를 바꾸고, 걸음의 속도와 방향을 바꾸곤 하더라. 어느 이에게는 그것이 여행이고, 결혼이기도 할 테고, 첫 고양이라던가, 치열했던 언젠가의 연애일 수도 있고, 정말 사소하게 아침에 일어나 양치질을 하다 문득 들여다본 거울 속의 자신의 얼굴일 수도 있다. 다만 조심해야 할 것은 사실은 별것 아닌데도 지나올 때는 크고 버겁게 느껴져 이것이 나의 인생을 흔들어 놓는구나 싶은 몇몇. 별것 아니다 -라고 말하는 자신의 모습 역시 그것을 지나온 자신이 만들었겠지만, 지나오는 도중에 모든 걸 포기하고 다 버려도 될만한 건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지만 그 커다란 분기점, 흔들리고 잡아채는 바람이 부는 언덕 꼭대기에 있는 중이라면 힘들고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지나갈 것이라고도 말해주고 싶다. 사실, 예전의 자신에게 몇 번이고 했던 다짐들이다. 삶의 폭풍우에 대해하려는 말은 아니었고, 2년여의 외국 봉사 활동 후 귀국해서는 결국 다시 외국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는 후배의 이야기에 그 후배의 분기점은 그때의 그 비행기 안이었겠구나 싶어서 나의 분기점들을 짚어보게 되었다는 이야기.
요 며칠 두통인 걸 보니 비가 올 듯. 그 뿌연 황사가 그나마 좀 가라앉았으니, 아직 남아 있다고 해도 오늘은 환기를 좀 해야겠다. 초를 태우고 얌전히만 지내기에는 방 안 공기가 결국 답답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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