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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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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_e 2015. 2. 11. 15:59

입춘이 벌써 훌쩍 지났더라. 뿌연 아침 출근길에 칼칼한 목을 헛기침으로 몇 번 가다듬으면서 버스에 올라탔더니 버스 안은 뜨끈뜨끈. 나날이 피부는 건조해지지만 날도 밝지 않은 아침엔 히터가 빵빵-한 버스가 제일이다.

회사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저녁을 해 먹고, 집을 정리하고 나면 아무것도 안하고 자야 할 시간이 성큼 다가오는걸 반복했더니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드는 모양이다. 억울함의 대상은 어디에도 없지만 괜히 혼자 씩씩 댄다던가 하는 상태. 그 와중에 몇 주 토요일 마다 외출을 했더니 도통 피곤이 풀리지 않아 마음먹고 집에서 쉬었더니 집안일을 하는 양이야 똑같고, [집안일+볼일+약간의 휴식] vs [집안일+적당한 휴식] 이면 당연히 후자가 더 좋아야하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지내보낸 한심한 사람의 느낌이라 시간이 아까웠달까. 아니, 분명히 주말 당일에는 좋았다 모처럼 욕실 청소도 신나게 했고, 새로 시작한 레고 게임도 재밌게 했고, 이것저것 챙겨보기도 했고. 그런데 평일이 되니까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집안일과 회사 출퇴근, 잠자기뿐인 것 같은 기분이 마구마구 밀려오는 것에 이미 지나버린 주말까지 후회를 하게 되어버리는 것. 시간을 낭비하는 것에 대한 강박증이나 죄악감이 예전보다 많이 사라져서 거의 바닥 수준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양에 따른 차이야 더 크고 오래 가는 것 뿐이지 불이 안 붙는 건 아닌 모양이다. 없어진 시간은 아깝고, 짜증은 나는데 어디 낼 수도 없는 짜증이고, 어이고 지겹다하며 허리를 주먹으로 투닥거리며 한숨을 쉬면서도 다음 날 출근이 기다리니 누운 어젯밤은 짧고 깊었다.

아직 만들 필요도 없고 남은 캔들도 꽤 되는데다가, 주말에 만드려던 이불커버도 아직 못 만들어서 언제 만들지 기약도 없는데 소이 왁스를 담고, 향 오일을 담고, 심지를 장 바구니에 담았다. 뭐라도 사고 싶었는데 딱히 살만한 건 안 보이니 집에 사다 놓고 쌓아 둔 유리 용기들이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 결제를 했다. 언젠가는 만들겠지.

봄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봄 이야기는 죄다 어디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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