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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돌아온 그민페. 언제나 그렇듯이 알럽 티켓을 끊어야하는데, 티켓팅 바로 직전에 결혼식 소식을 듣고 토요일권만 끊었다. 덕분에 결혼준비 하는 사람 붙들고 직접은 못했지만 이리저리 온사방에 일요일 라인업으로 징징징 찡찡찡. 정작 당일에는 도착하자마자 자몽 데낄라 봉지를 목에 걸고, 온갖 시름을 잊고.
그러고보니 입구짤을 안 찍었네. 올해는 놀이공원 컨셉이었다. 메인 무대 디피는 작년에는 좀 약한 감이 있었어서 올해 컨셉이 좋았는데, 입구 디피는 너무 알록달록한데다가 사슴기린 덕후인 까닭에 작년 입구가 더 좋은걸로. 코끼리와 사슴이 있던 가렌더는 챙겨오고 싶었지만 토요일이라 꾹 참았다. 일요일 저녁이라면 눈 딱 감고 챙겼을지도 몰라, 너무 예뻤다. 그리고 벽들에 붙어있던 현수막들도 가져다 벽에 장식하거나 커튼하고 싶은 느낌적 느낌. 어차피 다른 행사에 또 쓸거 아니면 민트샵에 팔면 안되나요 (...)
펜스 잡을만큼 좋은 오빠가 메인에 나와주시는게 아니라 (심지어 그런 오빠가 나오더라도) 줄 서서 메인 입장할 생각이 없는 우리니까 만나자마자 광장 푸드존에서 유부초밥과 샌드위치를 먹고, 간식을 사먹고 이벤트 부스도 괜히 한번 들러주고, 카페 블러섬쪽 서브게이트가 열리지 않아 앉아 쉴 정도로 시간이 넉넉했다. 어차피 피크닉존에 오래 있을것도 아니니 좋은 자리 잡을 필요도 없고 담 넘어 들려오는 크랜필드의 노래를 들으며 한시 게이트 오픈을 기다리다가 입장, 잔디밭 제일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작년보다 해가 더 따끈따끈해서 덜 춥고나.
동물의 왕국 존은 작년보다 더 많은 동물 친구들이 있었는데 죄다 사람이 나온 사진이니 늠름하게 나무위에 오른 호랑이 하나만. 마침 자리잡고 앉은 곳 근처에 있어 한명이 돗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자면 둘이 달려가 마치 가이드의 작은 깃발을 따라다니는 관광객마냥 여기서 찍어, 이번엔 기린, 이 다음은 라마 - 를 외치며 온갖 포즈를 주문하고 사진을 찍어댔다. 남는 건 사진이랬어.
간단 후기.
홍대광 - 교회오빠. 은근 이뻐라 하는 남 솔로인데 이상하게 라이브를 못해서 왜 저러나 했더랬다. 조곤조곤 이야기 하고, 시도 읊고, 노래도 부르는걸 들으며 동물의 왕국에서 사진 열심히 찍고 돌아오니 그제서야 목이 다 풀렸는지 제대로 노래를 불렀지만 그것이 마지막 곡. 내가 괜히 아쉬워서 다음에는 긴장 좀 덜하길.
꽃잠프로젝트 - 보컬이 목소리도 생긴것도 앉아있는 자세도 모두 고왔다. 고운 목소리는 요즘 살짝 많이 들리는 소리라서 트렌드인가를 잠시 고민했고, 션과 함께 희정언니도 좀 이런데 나와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살짝.
킹스턴루디스카 - 유부초밥과 샌드위치도 먹고 입장했지만 하루종일 먹어야겠다는 의지와, 헛재를 살찌우자는 미션을 위해 감자를 사와 먹으면서 공연을 봤다. 입으론 쉴 새 없이 먹고, 어깨도 쉴 새 없이 춤을 추는 신나는 시간. 스탠딩존에서 다같이 춤추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잔디마당의 낮시간은 너무 뜨거워서 그만. 신곡도 들려주었는데 모르는 노래라 잠시 쉬다가 다시 아는 노래 나와서 덩실덩실. 한참 뒤에 있던 돗자리지만 주위의 몇몇과 함께 춤추고 소리도 지르고 박수도 쳤다. 아이 신나.
빌리어코스티 - 여름에 불독맨션 공연에서 만났던 훈훈한 청년. 뒤의 밴드들을 소개하며 자기가 잘 알아서 하는 말인데 자기들이 엄청 신나있다며 표정도 없이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헛재를 앞으로 보내고 늙은 언니 둘은 잠깐 서있다 칵테일을 세봉지나 마셔서 과음했는지 멀찌감치 뒤로 물러나 돗자리를 깔고 얌전히 앉아서 보는걸로.
오지은&푸디토리움 - 잠깐 쉴까 해서 실내로 들어서는데, 깜깜한 홀에 핀 조명 받은 그랜드 피아노가 눈 앞에 두둥. 플레이 위드 어스때도 그렇고, 이 무대도 그렇고 보는데 피아노가 치고 싶었다. 키보드나 전자 피아노 말고, 얼룩덜룩하게 손자국 나있는 까만 뚜껑을 열어 차가운 날에는 시린 기운이 그대로 손 끝에 전해오는 묵직한 나무 건반으로. 안 선생님, 피아노가 치고 싶어요. 흑흑. 지은언니는 긴머리가 낫다고 생각했는데 단발도 이쁘더라. 마지막곡에서는 남편이랑 영우씨를 코러스로 쓰는 위엄까지. 한숨 자야하나, 좀 쉴까 하고 들어갔지만 앞 뒤 옆들 다 한숨 주무시는데도 두손 꼭 모으고 봤던 무대들.
배영경 - 상이오빠 보러 나가자며 잔디 광장으로 나가다 들려오는 노래소리에 그러고보니! 라고 다다다 달려간 쇼케이스. 규호언니 공연에서 보고 마음에 들었던지라 이건 들어야한다며 일행을 잡아 끌었다. 처음 시작에 맞춰 갔는지 몇개 안되는 좌석이 많이 비어있었지만 공연 중반부쯤 되서 뒤를 잠깐 돌아봤다가 깜짝. 아니 왜 다들 앉지 않고 서서 있나요. 그리고 피아노에 이어서 기타가 치고 싶어서 배워야 하는가를 살짝 고민했다. 몇년을 쉬고 있는 연주욕을 불러오던 그민페 같으니라고.
데이브레이크 - 알록달록했다. 그거밖에 설명할수가 없네. 옷도 알록달록 조명도 알록달록 노래도 알록달록. 현란하고 즐거운 그민페 아이돌의 공연. 슈퍼스타라서 신나긴 한데 우리 자주 봤던 사이니까, 라며 헛재를 데리고 수변무대 구경 시켜주겠다고 일어나 근처까지 설렁 설렁 걸어가니 줄이 길었다. 역시 수변은 해질 무렵부터는 접근 불가니까. 아니나 다를까, 돌아오니 양 사이드 화면에 수변 통제 안내 문구가 나오더라. 앞으로도 계속 수변 무대는 나와 안 친할 것 같긴한데, 언제 한번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이한철 - 플레이 위드 어스 보고 핸드볼 경기장 들어가 자리를 잡으니 반가운 얼굴. 이상하게 그민페 올때마다 다른 공연이랑 겹쳐서 못보다가 그민페에서는 이번에 처음. 하지만 다른 공연에서 봤던 것대로 컨디션이나 원래 먹었던 마음보다 더 신나고 열정적으로 놀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중후반 되니 모두를 일으켜 세우더니 관객석으로 난입해주시는 아저씨. 난 아직도 결혼 한다며 반지를 보여주며 뿌듯한 표정으로 노래부르던 아저씨의 기억이 생생한데, 그게 벌써 엄청 오래전의 기억이더라.
플레이 위드 어스 - 고백하자면 게을렀다. 회를 거듭해서 그민페에 참가할수록 익숙해지는 까닭에 펜스를 잡는것도, 앞에서 누군가를 보는것도 귀찮아지는데다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데다가 메인 스탠딩존은 실외라서 더 지치기도 하고. 그래서 맨 뒤쪽에 깔린 돗자리에서 일어날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피아노 소리도 얼마든지 잘 들리고, 연주소리도 잘 들리지 않느냐면서, 상이언니 말소리가 좀 안들렸지만 귀를 기울이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유추하는 것도 재미있었으니까. 신나는 공연이 아니면 피크닉 존의 집중도가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주위의 소음이 점점 커지고, 어느 한 무리가 가위바위보를 신나게 해댈때야 겨우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앞으로 앞으로 걸어 나가 한가한 스탠딩존에 도착하자마자 후회했다. 광민아저씨 연주를 여기서 안 듣고 저 멀리서 들었다니, 이 연주들을 저 멀리서 들었다니 맙소사. 스페셜 게스트는 심지어 환옹이어서 나같았던 사람들이 튀어나왔는지 금새 스탠딩존에 사람이 가득찼다. 단 두곡으로 분위기 후끈 달궈놓고, 윤상동생(..)을 남겨두고 환옹은 들어가시고 우리는 이제 2년 혹은 3년뒤에 그민페에서 만나기로 하고 마저 무대에 집중. 앞에 있는것도 아니고 조명이 눈을 찌를 정도로 정면에서 쏘아지고 있어서 사진을 안찍으려고 했는데, 상이언니가 트렌치코트 + 깃세우기 + 비스듬히 서서 + 주머니에 손 넣기 콤보를 시전해주셔서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내가 잘 찍지 못하니 헛재가 넘겨받아 찍어준 사진. 얼굴도 잘 안 보이지만 '멋'이 느껴지지 않느냐며. 아 이 언니 아이돌이었지.
스윗소로우 - 소라 언니도 보고 싶었지만 화음 공연 때 임팩트가 너무 컸는데다가, 작년 그민페때 기억도 매우 좋아서 소라언니 공연은 추후 실내 공연을 기약하고 (하지만 실외 공연도 어마어마하게 좋았다는 후문이) 핸드볼 경기장으로 향했다. 한철아즈씨 공연이 끝나고도 별로 늘어나지 않는 빈자리에 두어자리 정도만 옆으로 옮겼다. 공연셋은 여름에 했던 화음 공연이랑 거의 흡사했는데 거기서 몇 곡이 빠지고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와 그대 내 품에가 추가 되었다. 둘 다 좋아하는 노래라서 횡재 아닌 횡재를 했고, 여전히 음원보다 라이브가 좋은 그룹이라 귀가 호강했다. 요새 밤하늘에 별이 잘 안보인다며 관객석에 부탁했던 핸드폰 플래시 별 빛에 숨을 크게 들이쉬었고, 엔딩으로 달려가는 와중에도 그대에게 하는 말이 나오지가 않아서 시계를 계속 보다 모든걸 포기하고 마지막까지 남기로 했다. 공연 끝까지 보고 집에 택시타고 가려고 열심히 일했다며 (...) 막차를 보낸 보람이 있도록 앵콜곡에는 그대에게 하는 말이 있었고, 모든 연주가 멈추는 순간 옆에 앉아있는 션의 팔을 있는 힘껏 잡아야했다. 다 아는데도 두번째 듣는데도 왜 그렇게 좋던지. 집이 먼 헛재는 두세곡만에 집에 가야만 해서 안타까웠지만, 션이랑은 함께 끝까지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던 공연. 돌아오는 길에는 큰 형아에게 시집가고 싶다니까 션이 집에 계신 분이랑 상의 좀 해보라고 해서 '상의해서 됐으면 진작 상의 했을 것'이라고 답했고, 몇일 뒤에는 헛재에게 우리중에 제일 가능성 있으니까 그대가 시집을 가라며 공상의 나래를 (...) 형아가 얼른 장가 안 가서 그렇잖아요. 엉엉.
이틀 못 가서 아쉬운 거야 별수 없는 일이니 미련을 버리고 쌩쌩 달리는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와 사진을 보내고 씻고 누우니 벌써 새벽 두시. 이렇게 1년의 기다림은 끝. 뷰민라는 어찌 될지 모르니, 다시 1년의 기다림이 남았다. 내년에 만납시다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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