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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주문한 민들레차, 연잎차, 페퍼민트티(박하차라고 써야할 것 같은 운율인데)를 담아온 걸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내 책상 위에 놓았다. 녹차를 좋아하지만 몸이 찬 편이니 자주 마시지 않으려고 하는 편. 커피를 끊고 나니 마실 차의 종류들이 많아져서 좋다.
세안 직후 바르는 스킨으로 발효화장품을 들여놨더니 명현현상 때문에 잔 트러블이 올라왔다. 적응이 되면 괜찮을거라고 일주일에서 열흘정도까지는 버텨보았는데 덕분에 잔 트러블이 아니라 아예 피부가 뒤집혔다. 어이고. 도저히 안되겠다는 결단을 내리고 잔뜩 남은 스킨을 변기에 흘려보내고 미니멈 라인 7일 키트를 꺼냈다. 흡수도 잘 안되서 무거운 느낌이 들다가 갑자기 수분이 날아간듯 건조한 느낌도 들게 해주는 라인이지만 트러블엔 이만한게 없다. 그러고보니 예전에도 다들 그렇게 좋다하니 써보겠다며 발효 화장품에 세번쯤 도전했다가 죄다 버리고 한동안 피부관리에 애썼던 기억이 난다. 발효화장품은 다시는 없는걸로.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야 혀를 차고 그냥 넘기겠지만, 지인이 속이 빤히 보이는 행동이나 말을 하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그걸 지적하자니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될테고, 그걸 들어주자니 나에게 너무 버거운 일이고. 사람은 평평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입체적인 굴곡을 가지고 있는데 가끔은 그 얇은 부분을 맞닥뜨리고 당황한다. 나는 저 사람의 바닥을 절대 보고 싶지 않고, 보게 된다면 마음이 떠날 것이 분명해 시선을 돌려 다른 두툼한 부분을 보려고 애쓴다. 사람들이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약한면이나 단점이나 결점같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결점은 괜찮다. 그것은 나에게도 있고 모두에게 있는 것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그것이 애정일테고. 그렇지만 바닥이 금새 들어나 보일 것 같은 그 부분은 다르다.) 보일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하고 무방비하게 있는 그런 부분, 자기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며 한껏 치장하고 있지만 그런 사람인 것이 너무 잘 보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j씨는 내게 '그 정도라면 너는 그 사람을 엄청 싫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도 안다. 미워하고 싫어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붙들고 있는 내 스스로가 싫어질때도 가끔 있다. 잡고 있느라 쓰던 힘의 반작용으로 냅다 날려버릴지 그냥 흐지부지하게 흔적을 지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며 잡고 있다. 미련하지. 나도 안다.
대체휴일이 어영부영 적용되어 늦잠을 잤다. 내일 야근하기 싫으니 일을 해야겠다며 주섬주섬 컴퓨터 앞에 앉았더니 점심 시간. 밥부터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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