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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길엔 시장쪽으로 다시 돌아가기가 귀찮아 지나는 길에 있는 슈퍼에서 풋사과 두 알을 샀다. 집에 들어가서는 개운하게 씻고 나와 뽀도독 소리가 나도록 문질러 씻고 조각내 접시에 담고는 조르륵 거실로 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동안 열심히 복숭아를 먹었었는데, 많이 보이기 시작한지 얼마 안된 사과도 달달한 것이 곧 여름이 끝나려는 모양이다. 가을이 오고, 네번째 결혼 기념일을 보내고, 겨울이 오면 올해도 끝.
불과 1년 전에 만들기 시작한 css를 정리하려고 들여다보고 있으니 한숨이 나온다. 급하게 추가 될 때마다 더해진 소스들이 어지러움을 한결 더한다. 예전에 작업한 것들을 보면서 부끄러워 할 만큼 더 늘어난 것을 자랑스러워야 하는가를 잠시 고민하다 그럴리가 없이 부끄러움만 더해진다. 시간이 지나는 것이 그렇다. 그때는 힘들었던 것이 이제는 수월하고, 그때는 썩 괜찮게 여겨졌던 것이 지금은 부끄럽기도 하다. 누군가는 몇 수에 몇 십 수를 내다보고 산다는데 나는 한 수 앞도 어려워 그저 흘러가게 두는 편이라 더 그렇다고 느끼는거겠지. 그렇게 흘러간다.
그리고 덕분에 딜레마가 생긴다.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닐테니 딱히 하지 않아도 괜찮은건지, 그 시기에만 가질 수 있을 '그 것'을 놓친것을 아까워하게 될지. 아니면 그냥 게으르고 귀찮은 것에 대한 변명으로 시간의 흐름을 이야기하고 있는건지.
그민페 일요일에 적아저씨도 뜬 걸 발견하고 진심으로 결혼식 끝나자마자 밥이고 뭐고 서울로 달려와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그게 가능할거였으면 진작 그렇게 했겠지. 아, 슬프다. 오늘도 좀 울고 ㅠㅠㅠ
온 얼굴에 트러블이 가득. 오늘도 입술 아래에서 패치가 반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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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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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림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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