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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디스가 오늘 청계광장에 등장한다는데, 일도 안하면서 보러가지 못하는 것에 성이나 왼발의 깁스를 내려다 보았다. 라이트 후비안쯤 되는 나는 타디스가 참 좋아서 그 별거 아닌 파란 폴리스 박스를 보지 못하는 것에 괜시리 투덜거리고 있는 중이다. 오늘 2시에 달리려고 알림 설정도 해 둔 그민페 알럽 티켓도 사정상 끊지를 못하게 된 것도 이래저래 속상-까지는 아니고 서운한 것들 중 하나지만 어쩔 수 없는 것들이니 죄다 차곡차곡 개어서 넣어두는 수 밖에. 괜찮아 괜찮아.
한달 내내 치료 받고 있는 오른쪽 발은 다행히 비껴갔지만, 멀쩡했던 왼쪽 엄지발가락 위로 크고 무거운 와인 병이 지나간 덕분에 반깁스를 했다. 양 발이 말썽이니 안 그래도 없던 약속까지 죄다 취소시키고 집에만 있는 중이지만 치과도 다니고 있어서 병원 투어 덕분에 집에만 있는 것이 말만큼 잘 되지는 않는다. 그 와중에 새로운 약속이 잡힐 것 같아 '멀리 다닐수가 없다'는 말에 '모시러 갈게'라는 답이 돌아와 오오 라며 감탄을 하며 '왜죠'라는 물음을 치워내버렸다. 애정이 오지 않을때는 아무렇지 않아하면서도, 정작 상대방이 주는 애정에 대해 이유를 묻는 버릇은 좋지 않다. 사랑을 믿지 않는건 아닌데도 꼭 사랑이 없는거마냥 가끔을 산다.
비정상회담 첫회를 보는데 유세윤의 개인주의에 대해 나오는걸 보고 히죽거렸다. 남에게 도움 받지 않는대신 폐 끼침을 당하는것도 싫어하는게 뭐 어때서. 본의 아니게 행해지는 것들이 얼마나 큰지 행하는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것들을 탓하지는 건 아니고 그냥 피하고 싶은 것 뿐인데, 자신들을 피하는 나를 보고 탓하는 사람들은 종종 있더라. 그걸 뭐 어쩌겠어, 내버려둬야지. 그것과 더불어 받는 만큼 도로 갚지 못하면 안절부절 못하는 등가교환에 대한 강박증도, 파일 명이라던가 기타 등등에 대한 정리벽도 여전하다. 이걸 뭐 어쩌겠어, 내버려두라지.
걷지를 못해 약속들 모두 캔슬하고 집에서 노는 타이밍에 맞춰 일거리가 들어오는 걸 보고 있으니 일복은 정말 적절하게 타고났고나. 밥통에 밥은 남았는데 맛있는게 먹고 싶어졌으니 맥도날드나 시켜야겠다. 한 입 먹으면 후회할 나를 알지만 낭비할거야, 사치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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