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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든 꿈을 뜯어먹지 말아요. 머뭇거리지도 말아요. 어쨌거나 달아나진 말아요. 오늘 하루를 살아남아요. 우리가 길을 헤매이는 시퍼런 봄의 날들은 아직 한가운데- 라며 쏜애플이 노래한다. 시퍼런 봄이라니, 그래 이게 청춘이지. 오늘의 플레이리스트는 아이유, 쏜애플, 전기뱀장어와 유재하 경연대회 24회 앨범. 아, 기타를 배우고 싶다 -라고 쓰다 집에 있는 키보드가 떠올랐다. 있는 걸 더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은 어째서 쉽게 들지 않는가.
가끔 사고처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벌어지는 일들이 감당이 안될 때가 있다. 괜찮다고 여겼던 것들이 날을 세우면서 덤벼 든다던지, 아무렇지도 않게 던져진 말들이 뾰족하게 날아와 박힌다던지. 정신없이 받아치고 방어하다가 정신을 차렸더니 발치에서 몇 초 남지 않은 폭탄이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깨닫는 그런 순간. 애초에 튼튼하게 꿰매진 상태면 좋으련만, 바람과 바닥에 쓸려 터진 한 곳을 꿰매고 나면 다른 한 곳이 슬며시 터져 솜을 뱉어내는 그런 상태. 이미 한참을 걸어온 다음이라 터질듯 가득차있던 솜이 살짝 비어있지만 돌아갈 여력이 없어 근처에 있는 것들 쓸어담아 다시 꿰매야지 하고 살짝 한숨을 쉬며 몸을 숙인다. 이왕이면 좀 더 시간을 들이고, 힘들더라도 티라도 덜 나게 공그르기로, 그게 안될때는 고운 색실로라도 꿰매면 개성있고 좋지 않겠냐며 되지도 않는 농을 던지면서. 나는 바느질이 참으로 서툰 사람이라 삐뚤빼뚤하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교실과 강당에서 모두 다같이 보던 2002년을 제외하고는 '모두'의 월드컵, '우리'의 월드컵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전혀 없는데, 아침 일찍부터 이어폰 없이 디엠비 볼륨을 양껏 키운 아저씨 덕분에 강제 참여 당했다. 그것도 시내버스와 셔틀버스 두군데서 콤보로. 끄응.
권력이 행하는 폭력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는 하지만, 나는 애정이라는 이유로 휘두르는 개인의 폭력이 더 무서울때가 많다. 그렇지만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이기주의로 치부되고 모두의 불행을 염원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덕분에 그런식으로 날 다시 공격하는 그 폭력까지 더해져 개인 혹은 그 개인들이 이룬 집단이 아마 앞으로도 영영 버겁겠지. 각자가 자신의 것에 만족해 행복하면 세상이 평화로울거라고 생각하는 내 생각이 틀려서 언제나 세상은 평화롭지 않고 치열하기만 한걸까. 나는 욕심없이 가진 것만으로 행복하게 사는 것을 바라는 것 뿐인데.
밤기차를 탄다. 새벽녘에 도착하면 할 것들을 찾아보지만 별건 없으니 배나 채워야겠다. 가볍게 들고가고 싶다며 가방을 만들고 있는 내게 j씨는 가방이 일회용도 아니고 뭐 그리 뚝딱 나오냐며 신기해했다. 덕분에 살짝 늦게 잤더니 사람이 가득해 잠도 못잔다는 무궁화호에서도 곤하게 잠들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봄부터 들어간 프로젝트에 새하얗던 작년보다 많이 돌아다닌 까닭에 살이 거뭇하게 탔다. 왠지 뿌듯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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