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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번호에 후후가 복지관에서 도움을 달라는 전화가 왔다며 알려준다. 일단 친절하게 전화를 받았고, 내 번호를 어디서 났는지 물어봤다. 개인정보가 아무리 너덜너덜하게 온 사방에 뜯기고 노출됐다지만 그럼에도 나의 정보를 공공재로 사용하고 싶지 않아 영업 전화들이 오면 제대로 된 답은 받아본 적 없지만, 항상 번호의 출처를 물어왔고 이번도 마찬가지였다. 역시나 답은 시원찮게 0001부터 눌러봐서 받는 번호였다고는 하는데 수천 개가 넘는 번호를 눌러보는 데 얼마나 걸릴까 같은 부수적인 의문은 접어두기로 했고 - 이런저런 설명 한 번도 끊지 않고 다 들었고, 매우 간단한 설명이라 총 통화시간이 46초밖에 안 됐으며, 매우 상냥하게 죄송하지만, 후원할 생각이 없고 앞으로 연락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답은 "다시는 연락 안 하지!"라는 반말과 뚜뚜 울리는 끊어진 전화소리. 아, 매우 좋은 일을 하시는 분이라서 자기네들을 돕지 않는 사람은 하찮게 여기는 거구나. 멋지다 그 복지. 만약 내가 세상의 재력을 다 가지게 되어도 너희는 돕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오늘도 어김없이 오후가 되니 오르는 열 때문에.
교토에 가고 싶어서 끙끙. 그러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5월에 경주나 다녀오자고 자신에게 말한다. 아직 석 달은 남았는데 벌써 마음은 여행을 떠났고, 현실의 눈앞에는 쌓인 일들만 가득하다. 이리저리 손을 뻗는 데가 많아 굵은 건 하지도 못하고 하루가 지나가는 상태. 도망갈 곳 없을 때는 어떻게든 하면 된다. 일이나 하자.
j씨에게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은 것들 마음껏 해보라 - 고 말할 수 있는 지금의 내가 꽤 마음에 든다. 자화자찬이라기보다는 나와 평생을 함께할 사람에게 선택의 기회를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반절은 몫을 하지 않았나 싶어서 뿌듯하달까. 내가 힘들 때 실현 가능한 범위내에서 '그만해도 괜찮아.'라는 말을 듣는 것이 얼마나 큰 것일지 상상할 수 있어서, 그 말을 나도 언제나 해줄 수 있도록 열심히 살고 있다.
오늘의 플레이 리스트는 YDG양동근. 힙!합! 힙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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