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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바삭 촉촉

_e 2014. 1. 27. 15:49

아침마다 들르는 카페에 종종 내 취향에 직격인 노래들이 나온다. 다른날에는 멜론 탑100 같은게 나오는데 종종 이렇게 - 어느날에는 짙은과 딕펑스, 오늘은 시규어로스와 데미안라이스. 일어나서도 가시지 않는 전 날 부터의 두통이라던가, 놓고 온 출입증에 따라온 번거로운 절차들에도 불구하고 그저 좋았다.

어제 공연의 여파 + 아침 카페의 여파로 플레이리스트에는 김사랑과 시규어로스. 노곤노곤해지다가도 롹킹한 노래가 들리면 어제의 롹스피릿이 되살아나 잠이 깨는 구조.  

어젠 처음으로 발바닥을 땅에서 떼지 않고 공연을 봤다. 그런데도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중에 제일 흔들거리면서 봤다. 무릎 위 몸만 쓰는 일종의 거짓 점프인데, 발은 바닥에 붙어있지만 뛰어 노는 애처럼 보인다. 이게 의외로 근육을 많이 쓰는데다 앞쪽 가운데 있었더니 오빠들이 자꾸만 앞으로 나와주셔서 올려보았더니 목이랑 허리가 아픈 다음날은 당연한 것. 이래서 평소의 운동이 중요하다고 하는거겠지, 근육 하나 없는 내 몸뚱아리는 꺾으면 꺽는대로 휙휙 넘어가버리니까. 다친 인대쪽은 주사를 여러번 맞고 시퍼렇게 멍이 들었지만 이제 더 이상 절뚝거리지 않는다. 아마 앞으로도 종종 넘어지겠지만 최대한 조심히 넘어져야겠다고 다짐했다.

토요일에는 예정되어 있던 약속이 취소되서 밤 늦게까지 재봉질을 했다. 한동안 게으름을 피우기도 했고, 몸상태도 안 좋아서 띄엄띄엄 하다 만 것들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었다.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완성된 것들을 보는건 꽤 즐거운 일이다. 신나기도 하지. 하지만, 재단을 잘 해야 나중에 나오는 결과물이 어그러지지도 않고 딱 맞는 사이즈인데도 항상 초기 단계의 재단이 귀찮고 번거롭다. 준비의 과정은 항상 그렇다. 준비를 하는 당장에는 지겹고, 재미없는데다가 아무리 익숙해지더라도 결코 즐거워 질 것 같지 않은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보내야 하는 시간이고, 지나고나서야 비로소 즐거운게 나타나지만, 준비를 위해 쓰인 시간보다 길다는 보장도 없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이 선택의 기로다. 그만두면 지겹지도, 즐겁지도 않을테고 계속 한다면 지겹고 즐겁겠지. 

그러고보니 동백을 보러 가고 싶었다. 올해는 꽝. 내년에는 과연.

바삭바삭하고 촉촉한 것을 먹고 싶다. 과연 이건 크림브륄레일까 파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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