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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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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본래 성격이 게으르고, 잠이 많은데 연애 초기에는 바싹 긴장하니 그걸 티를 안내다 점점 게을러지고 자느라 연락도 안받고 그러면 여자는 화가 나겠지. 그렇지만 그걸 사랑의 척도로 삼아서 '넌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잠을 자느라 내 연락을 안받는구나'라고 말할 건 아니지 않나. 남자가 게으른건 천성인데 거기에 대고 날 사랑하니 부지런해지라고 말하는건, 남자를 사랑하니 게으른 사람을 좋아하는걸로 취향을 바꾸라는거랑 비슷한건데 왜 여자가 남자에게 바꾸라고 하는건 맞고, 남자가 여자에게 바꾸라고 하는건 틀린걸까. 연애는 인간 관계의 연장선이라고 굳게 믿고 사는 내게, 여자들 사이에서의 사랑의 척도는 어렵다. 남자는 여자가 좋으면 없는 돈도 끌어다 써요, 남자는 여자가 좋으면 한밤중에라도 달려와요, 남자는 여자가 좋으면 한시간에 한번씩도 연락이 와요 등등. 여자도 남자가 좋으면 그런거 시키지 말라고. 인간 관계에서는 한쪽이 무리하면 결국 관계가 파탄이 나는데 연애에서는 사랑이 있어서 그렇지 않을거라고 굳게 믿다니 사람들의 믿음을 부러워해야하는지 무서워해야하는지.

연애를 하면서 - 아니, 꼭 연애가 아니더라도 친구던 애인이던 사람과 교제를 하면서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른 것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을 자신이 고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상대방이 그것을 고치는 것은, 고칠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그 믿음을 고치는거랑 비슷한 확률로 안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상대방이 고쳤다고 믿거나, 언젠가는 고치겠지라면서 기대하고 지내다 결국 떨어져 나가면서 '세상엔 나쁜 이성밖에 없는것 같아 다시는 사랑을 믿지 못할거야' 라고 말하지.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상대를 만나지 말고 바꾸지 않아도 되는 상대를 만나면 된다. 나쁜 이성이 나 만나서 사람 됐다 소리 들어도 그건 숨기는거지 바뀌는게 아니고, 착한줄 알았던 이성이 나쁜 놈이면 다시 착하게 돌아갈게 아니라 본성이 나온거니까. 나쁜 이성은 생각하는 것 만큼 많지 않은데, 나쁜 이성의 선 조건이 매력이라서 마음에 들고 나니 나쁜 이성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솔직히 매력 없으면 만나기 싫잖아. 그래서 사람보는 눈을 길러야합니다. 눈이 길러지지 않으면 상대방이 아니다 싶을때 고칠거라고 생각않고 바로 도망갈 수 있는 추진력이라도.  

쓰다보니 생각나서. 예전부터 생각해온건데 '김치 김치'거리는 남자들은 학습과 현실의 분리를 못하기 때문인것 같다. 인터넷에서 보던 것들 중에 기억에 남는게 여자 흉보는 내용이고 (여자 칭찬하는 내용은 기억이 없다. 재미없잖아.) 어쩌다 여자를 만나는데 여자가 자기를 딱히 재밌어 하지도 않고 호응도 안 해주고 긍정도 해주지 않으니까 어느 순간에 자격지심이 스물스물 치밀어 오르다, 여자쪽에서 뭔가 사소한 것이라도 요구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면 역시 너는 인터넷에서 보던 그 김치녀로구나! 라면서 다시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것의 무한 루프. 아, 물론 인터넷에서 똥싸는게 즐거워서 자아를 분리해 마초&병신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은 김치 김치 해도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서 사는게 아니라 무한 루프에서 제외. 저 무한 루프 안에 속해있는 사람은 여자가 딱히 자기를 재밌어 하지도 않고 호응도 안해주는 것은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의 문제라고는 절대 생각 못한다. (주변의 친한) 남자 사람 친구들이랑은 대화가 잘 통하거든. 하지만 거의 대부분 사회성에 관련된 부분의 스킬이 상당히 부족하기 때문에 대화에서 핀트가 미묘하게 달라서 여자쪽에서는 어떻게든 받아서 대화를 이어나가기가 힘든 것. 그러니까 인터넷에서 김치 김치해도 이건 일베충이라며 쌍심지키고 생각할 필요는 없는게 반은 자아분리를 통한 쾌변의 일환으로 그러는거라 정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부류고, 반은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것을 현실의 여자에게 피력하고 주장할만큼의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아마 현실생활에서 접하기는 어려울거다. 실제로 자기가 당했다 라면서 김치 김치 하는 애들은 그런 여자애들만 골라 만남을 시도하고 외면당하고 분노하는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하고. 

세줄 요약 : 
Q. 남자가 나를 사랑하면 다 해주겠죠? / A. 당신 낳은 엄마도 못 해주는 걸 왜?
Q. 애인이 이러이러한데 고칠 수 있겠죠? / A. 못 고쳐요.
Q. 세상은 왜 이렇게 김치녀뿐인거죠? / A. 제발 보편적인 연애 혹은 커뮤니케이션을 하세요.


그렇지만 세상은 사랑으로 돌아가는거니까.
그것이 어떤 형태와 색을 가진 사랑일지라도.

끙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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