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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화나, 짜증나]로 시작되는 문장을 어제 하루종일 몇번이고 썼다 지웠다. 불평이 늘어가는 것이 스스로도 달갑지 않아서. 위로가 필요한데 요구하기는 싫고, 알아주기를 바라다가 알아주지 않으면 실망하는 보통의 경우를 맞이하고 싶지는 않아서 위로따위 필요없다고 스스로를 세뇌시키고 나니 과부하가 걸린건지 어쩐건지 한동안 부정적인 감정+포기하면 편해가 뒤섞인 '어둠의 다크니스', '혼돈의 카오스' 상태. 그 덕분에 온 사방에 비죽비죽 날을 세웠다. "이런 내가 한심하지?"라는 말에 "그렇지 않아 넌 소중한 사람이야"라고 해줘야하는데 "어리광은 엄마한테나"라고 튀어나오는걸 꾹 참았다던지, 괜한데 화풀이를 하는 (얼마나 차갑고 정떨어지게 말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내 덕분에 전화기 들고 아무말도 못하는거에 대고 "말을 안하면 뭘 어쩌자는거냐 끊던가"라고 말해버렸다던지, 상대방이 원하는 반응은 절대 주고 싶지 않다던지, 이도저도 다 그만두고 소리지르고 뛰쳐나가고 싶다던지, 다른 사람 눈에는 멀쩡하고 내 눈에만 더러운 집을 견디지 못하고 씩씩거리면서 티도 안나게 치운다던지. 몇 주 혹은 며칠동안 즐겁게 웃은게 몇 번 안된다던지, 항상 인상만 쓰고 있었다던지. 기타등등. 이유도 없이 그냥.
생각해보니 점점 상대방이 나에게 투정을 부리는걸 못견디게 되는건, 내가 받기 싫어서 남에게도 하지 못하는거니까 '나는 투정을 부리지 못하는데 넌 왜 나한테 그래' 같은 억울함 같기도 하다. 주고 받으면 된다고 말하겠지만 굳이 저런거까지 주고 받고 싶지 않아. 서로의 불행을 (위로를 받기 위한 목적만으로) 자랑하듯 꺼내놓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하고 위로받는다니 이상해. 심지어 '나는 넘어져서 아팠어 약 발라줘' 같은 심플한 요구도 아니라 '아야야, 아 이거? 봤어? 넘어졌는데 괜찮아.'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약을 발라달라고 요구하는 건지도 모르는 복잡한 대화들이 오고갈테니 나는 견딜 수 없어.
상대방이 나를 감정의 쓰레기통을 삼는건 너무너무 싫으니까, 내가 받기 싫은건 남에게도 못하는 성격상 표면적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겠노라 하면서도, 넘쳐나는 나의 쓰레기를 버릴 곳을 찾아 헤매고 간보듯이 흘리고 던져넣고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는 비겁한 나날들. 이렇게 뭔가 그럴싸하게 쓰니 문장이 길어지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짜증이 가득한 찌질한 상태였다는 거다. 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하다가, 그러면 이 쓰레기들은 어디에 버려야 하지 라고 생각이 넘어가다가도, 남들은 나한테 잘만 던지는데 나 혼자만 내건 내가 다 끌어안고 있자니 억울하다 라며 괜히 한번 더 찌질해져보고, 그래서 사람들이 스트레스 해소 할 것들을 찾는구나 라며 깨달음을 얻고, 평탄하게는 못사는 지랄 맞은 성격 주제에 너무 평온하게 지내왔으니 온 몸과 온 마음 다 바칠수는 없어도 손톱만큼은 어디 뭐라도 태워야하지 않을까 하고. 평온하게 지낸건지, 평온한척 지낸건지. 쉬는 법은 배웠지만 쉬는 자신에게 자기 혐오를 갖는건데, 정신병자 같아 이게 뭐야. 'ㅋ'을 잔뜩 쓰고 싶은 기분인데 잔뜩 써놓으면 몇시간이든 몇년이든 지나고 난 다음에 낯뜨거울까봐 참는다. 지금 이 글만으로도 충분히 찌질하고 볼이 뜨거워.
어쨌든, 어젯밤부터 투덜이 스머프 노릇은 그만 두기로 했다는 뭐 그런 얘기. 좀 더 건조하거나 좀 더 눅눅하게 지내면 어떻게든 되겠지. 감사하는 삶은 아니어도 불평하지 않는 삶이면 당장은 충분하겠지. 입 다물고 뭐라고 해야겠다. 하기 싫은 것 안 하는건 말도 안되는 게 세상 사는 법이라면, 하고 싶은거라도 하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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