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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버스에 올라 타 자리를 잡았는데 건너편에 아는 얼굴이 보인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굳이 옮기지는 않는다. 어차피 꽉 차는 버스라 옆 자리에 낯선 사람이 앉을텐데도. 새삼 깨닫는다, 이 얼마나 비우호적 인간인가. 회사에서의 친목은 사무실 안에서만으로도 충분하다. 프리랜서가 되지 않았더라면 출세는 어려웠겠지 - 라고 쓰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더 사회성이 높은 지수를 유지하면서 어떻게든 됐겠지. 어느 상황에서든 어떻게든 되는 것이, 부득이 하지 않으면 억지로 무언가를 하지 않게 만든다. 부득이한 경우가 되면 하게 될걸 아니까. 퇴근길에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건 야근의 기분이라서, 잠도 오지 않아 핸드폰을 잡고 있다가 멀미나 왕왕 해대면서도 굳이 사교를 위한 대화는 나누고 싶지 않은 느낌적 느낌. 예전에는 고립에서 비롯되는 외로움이 추워 사람들을 모으거나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갔는데, 이제는 고립이 외롭지조차 않아 고립을 깨는 사람들이 달갑지 않다. 이런 것이 서른인가. 유동적이던 바운더리가 고정이 되고 그 이상 늘리고 싶지도, 늘려야 할 일도 부득이하지 않으면 생기지 않는 것. 그냥 간단하게 꼰대라고 쓰면 되는 것을. 크흡.
속이 답답하다. 멀미도 심해지고 명치께가 메슥거리면서 꽉 막힌게 위염이 다시 왔나 싶다. 감기약을 너무 열심히 먹어댔다. 덕분에 현재 나와 몇몇을 제외한 모두가 코를 훌쩍거리고 목을 큼큼거리고 있지만. 여긴 죽먹기도 힘든 동네인데 어쩌면 좋을까. 그 와중에 겨울이 오니 나는 또 다시 동남아 타령이다. 찬바람이 불어올때면 김나는 호빵보다 동남아. 뜨겁고 하얀 해와 파랗고 시원한 바다가 필요해. 하지만 5월까지는 꼼짝마 상태. 동남아의 바다는 무슨,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도 구경 못 갈거다. 헐벗은 청춘들이 가득하다는 라이언맥긴리 사진전이나 다녀와야겠다. 아아 겨울이다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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