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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부고訃告

_e 2013. 11. 7. 23:46

버스 안에서 받은 메세지에 십분 있으면 내리니까 조금만 기다리라고.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내내 생각했는데 아무 것도 생각이 안나고 깜깜해서, 한 정거장 먼저 내려 바로 전화를 하니 괜찮은 척 버석하게 마른 목소리가 들린다. 먹먹해지는 마음에 별 말 하지도 못하고, 장소를 묻고 내일 밤에 가겠노라 했더니 내일 아침 바로 발인한다고 좋은 일도 아닌데 오지 말라고. 거기에 대고 왜 그럼 지금 간다고 말을 못했을까. 가신 분보다 점점 울음 섞이는 친구가 걱정이었다. 괜찮다고 괜찮을거라고 말도 못해서, 맘 추스리라는 말도 미안해 할 수가 없어 몸 챙기라는 말 밖에는, 아들 꽉 끌어안고 덜 울라는 말 밖에는, 태중의 아이부터 챙기라는 말 밖에는.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니 눈 앞에 놓인 것들이 평온한 일상이라 금새 잊은 듯이 웃고 떠든다. 외식을 하고, 산책을 하고 자기 전에 누워 페이스북 댓글에 ㅋ을 붙여 답글까지 달고나니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진다.

캄캄하고 깜깜한 밤이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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