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gram.com/_e.note
#쌓는생활

티스토리 뷰

ordinary

객관의 딜레마

_e 2013. 10. 23. 10:28

언젠가부터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대신 피할 수 없으면 포기해버렸다. 포기의 간략한 진행 스탭은 다음과 같다. [판단>비판>포기]. 이 얼마나 간단한가! 이걸 하고 난 다음부터는 우울도 줄고 불행도 줄어 나름 잘 적용하며 살았는데 가끔 딜레마가 생긴다. 하나의 문제를 가지고 여러명이 고민하거나 해결 해야할 때, 게다가 그것이 감정에 관련된 문제일 때. 나는 판단하고 비판해서 포기하여 초월할 수 있지만 나의 포기와 초월을 남에게 권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고 남이 이만큼 할 수 있을거라고도 생각 안하니까. 해결을 위해 다른 사람은 감정적으로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는데 거기에 대고 '포기하면 편해'라던가, '이건 이렇고 저건 저러니 냅둬'라고 말해줄 수 가 없는거지. 그렇다고 편을 들어주거나 그 노력에 함께 하기도 좀 그런게 나는 내가 그런걸 하는게 싫어서 인생의 로직을 죽을 것 같이 힘들게 뜯어내고 새로 짜 넣은거라 다시 고통에 동참하기가 싫은 것. 넌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던지, 너무 차갑다던지 등등 비난당해도 괜찮았던건, 내가 얼마나 이렇게 되려고 애를 썼는지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그런데 그것이 정말로 일어났습니다. 객관적으로 판단해도 내가 손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해결이 날 문제도 아닐뿐더러 나는 이미 반쯤 손을 놓은 상태인데 전부 포기해버리면, 나만 편하고 그걸 같이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괴롭고 힘들어질 것이 뻔하게 보이는 상태. 사실 다른 사람이 괴로운것조차도 안 보고 생각하지 않으면 되는 문제이긴 한데 그렇게까지 해버리면 사람으로서 아직은 안 될 것 같고. 아. 강렬하게 괴롭다. 오랜만에 맹렬히 도망가고 싶어지는구나. 일단 도망을 포기해야 하지만.


***


바쁘다.
시간이 뭉텅뭉텅 지난다.
다행이다. 


***


시간을 보내면 괜찮아지는 건 어디에나 적용이 된다.
걸리는 시간의 양이 문제지만.


***


이번 건 농도가 짙어 숨이 막혔지만
양은 얼마 안됐는지 괜찮아졌다.

다행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