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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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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랑이 우주에서 노래 부른다며 ICU 뮤비 뜬 것 보고 감격에 겨워한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단독 콘서트 날이 다가왔도다. 잊지 않으려고 집에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페북에 후기 겸 메모를 남겼는데 이게 전지적 빠순이 시점인거라. 그렇지만 나는 내가 빠순이라는걸 언제나 인정하고 사는 신녀성이니까, 그런 것 따위 개의치 않고 좀 더 살을 붙여 암향에도 남겨둬야지. 


1. 스탠딩 공연이라 입장순서가 예매순서라서 현장 수령하는 티켓에 입장 번호를 손으로 써서 나눠 줬다. 상상마당 라이브홀은 처음이었는데 계단으로 줄을 세우는데 티켓 수령도 그 줄에 뒤섞여야 하는 협소함에 공연 들어가는게 제일 지쳤던 것 같다. 그래도 공연장은 에어컨도 잘 나오고 생각보다 쾌적한 환경. 그 와중에도 다들 몇번이세요? XXX번입니다. 어머 그럼 저는 이 뒤네요. 아하하하. 의 반복으로 왠지 화목한 분위기. 근데 1부 끝나고 어떤 여자사람이 남들에게 티켓에 적힌 번호를 물으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입장번호와 스탠딩 위치 번호의 개념을 혼동 한듯. 나에게 물어보았다면 입장이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냐며 일찍 온 남들이 호구로 보이냐고 했을텐데 왜 나만 쏙 피해서 물어보징. 아쉽게.


2. 김사랑=남팬편애자. 매우 유명한 남팬사랑꾼. 공연에 남자가 늘었다며 이유가 뭐냐고 묻는거에 '나올때부터 좋아했다'고 답하니 이래서 자기가 남자들을 사랑한다고. 나도 원래 좋아했는데. 1집때부터 나의 사랑 김사랑이었는데 흥. 뭐 여튼, 이번 공연에서도 어김없이 남팬을 사랑하사 남팬이 "형 사랑해요"를 시전하니 "어떤 일 하세요, 직업이 뭐예요?"라며 지대한 관심을 보임. 다만 남팬이 "카드지갑요! 카, 카드지갑요(진지)"라고 답해서 편애고 뭐고 모두 빵터졌. 내 주위에 있던 남자사람이었는데 왜 자기의 지갑을 궁금해하는건지 진심 궁금해하면서 답했다고.


3. 처음 입장 전에 스크린 내리고 영상 틀어주는데, 아이돌 콘이나 그민페 같은데서는 충성도가 높은 팬들이 영상이 나오다 오빠 얼굴이라도 나올라치면 모두 익룡 소환을 하는데 여긴 그런거 없ㅋ엉ㅋ 영상을 틀어주면 영상에 매우 집중함. 스크린 올라가니 그제서야 익룡 소환.


4. 진통제 한판 가방에 던져넣고 간 공연이라 몸상태도 몸상태인 덕분이었겠지만 - 그민페 규호언니 공연때처럼 막 넘실거리고 울면 지는거라며 꾹 참는 그런게 없어서 스스로에게 조금 놀랐는데, 내가 듣다듣다 위로나 굿바이도 아니고 스놉을 듣고 뛰고 같이 부르는 와중에 감격에 겨워서ㅋㅋㅋㅋ 내 안의 뜨거운 락스피릿 때문인가 울컥울컥하니 우워워워워. 토요일 공연이 신포도라며 여우행세 했었는데 신포도 아니고 진심으로 안 아까움. 루저랑 신의이름으로랑 스놉이라고. 김사랑의 샤우팅이라고 ㅠㅠ 홀로 꿋꿋이 1,2집을 듣던 옛날이 떠오른다. 근데 확실히 김사랑 팬들은 필링 - 떠나 - 위로 - 굿바이 - 너란놈 노선으로 팬을 입문해서 그 줄 따라온 팬들이랑, 킵더그루브나 포디 - 2집 대부분 등의 노선으로 따라온 팬 들이 섞여 있어서 롹킹한 노래 부를때 살짝 얌전하다. 내 앞 뒤 옆 사방이 나만 날뛰는지 나한테 엄청 치임. 규호언니와의 차이점을 나중에서야 생각했는데 규호언니는 내가 언니 활동하는걸 못보고 영업을 당해서 사이버가수에서 현실가수가 된거였으니까 그냥 존재만으로 뭉클했던거고, 김사랑은 데뷔부터 쭉 봐오고 같이 지내왔으니까 원래부터 현실가수였으니 존재만으로 뭉클하기보다는 사랑스러웠다가 그 같이 지내오던 노래를 같이 부르고 있으니 시간자체가 뭉클했던거고. 옛날오빠라고 생각했던 나를 용서해요. 이제부터 현오빠.


5. 게스트는 2002년 팬카페 가입에 빛나는 남팬이 보컬로 있는 (김사랑이 믹싱해준 앨범 들고 나왔으니 자기 입으로 성공한 팬이라고) 송나미앤리스폰스랑 김사랑 예찬론을 펼치는 김지수. 송나미 보컬은 훈남이어서 훈훈했고, 김지수는 그냥 너무 좋아. 엉엉. 난 살 빼기 전이 더 예뻐보이지만 김지수가 예뻐서 김지수를 좋아하는게 아니니까 상관없고. 김지수 공연때 이건율이 나와서 젬베치는데 손이 너무 예뻐서 살짝 허덕임. 손덕후는 어디 안가지.


6. 나는 나만 김사랑 얼빠인 줄 알았는데 공연장에 김사랑 얼빠가 너무 많아 깜짝 놀람. 왜 때문이죠? 나는 내 취향이 보편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인데?


7. 엔딩 막곡에 종이 비행기 던진데서 당연히 막곡은 필링이니 멍하니 있다가 그 전 곡에 다들 던지길래 덩달아 던졌고, 종이 비행기는 편지를 써서 던지는 이벤트였는데 안쓰고 던진 사람도 당연히 많을거고. 날아오는 비행기에 놀란 김사랑이 이게 뭐냐고 하니 편지라고 외쳤지만 첫번째 주운 비행기에 아무 것도 안 써있어. 김사랑은 다시 한번 이게 편지냐며. 천장을 가득 매우는 비행기 이런걸 상상했지만 현실은(...) 그래도 감동받은거 같아 그걸 보고 나도 쫌 감동을 받았고.


8. 로펀이랑 조인트 공연한다는 얘기를 흘리는 와중에 다들 로펀 이름에 환호하니 살짝 빈정 상해함. 나가라고ㅋㅋㅋㅋ 물론 나도 로펀을 좋아하지만 김사랑이 더 좋은게 당연한 거잖아. 알면서 그러더라.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된건데 김사랑은 연주하거나 노래부르면서 멍때리거나 정색을 잘함. 그래서 슬쩍이라도 웃으면 다들 뒤로 넘어감. 본능적인 팬 조련의 달인. 뭐 듣고 싶냐며 슬쩍 물으니 누가 4D라고 외쳤는데 그걸 쌩목으로 하라는 거냐며. 내가 모조리다를 하라고 외쳤으면 뭐라고 했을까. 자기 벌써 19곡이나 했다고 하며 다른 밴드들은 몇곡하냐고 묻는데 서른곡이라니까 헛헛한 웃음을 보이며 나이맞춰 서른세곡하라고 하지 그러냐며, 자기 그만큼 곡 없다고 하는데 - 난 전 곡 다 들을 수도 있는데. 다 따라부를 수도 있는데!


9. 김가수가 나는 열여덟살이다 외칠때부터 봤으니까, 둘 다 모두 청춘을 향해 달려갈 때 만났고 그때의 우리의 푸릇푸릇함을 생각을 해보자면 나도 너오빠도 참 많이 늙었더라. 근데 우리가 같이 늙어온 게 나는 너무 좋다. 이거시 빠순이의 마음. 


10. 공연의 여파가 생각보다 컸는지 심지어 밤에 꿈도 꿨다. 콘서트 뒷풀이를 하는 김사랑을 우연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와중에도 다음 공연에는 신랑 데리고 올게요 - 라고 함. 빠순이 주제에 왜 꿈에서도 낭만이 없니 ㅠㅠ 오빠를 만났는데, 내 꿈인데! 로맨스는 어디다 버려두고 ㅠㅠ 하여간 현실감 최고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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