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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버스 안에서도 버스에서 내려서도 저 앞은 안개가 가득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비도 간간히 쏟아져 공기도 땅도 풀도 모두 흠뻑 젖었다. 뱅글 뱅글 길을 따라 산을 올랐지만 분화구 근처도 가보지 못하고 내려와 화산 박물관을 갔는데 글쎄, 상영작이라고 틀어주는게 어릴적 보던 마스크맨을 연상하게 만드는 연식의 영상인거야. 편집과 사운드 타이틀 등등이 어마어마해서 보면서 둘만 저거 뭐야 무서워 라며 소리 죽여 내내 웃었다. 방목해서 키운다는 소도 말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뿌연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을 가리키며 가이드 언니는 기생화산이니 초원이니를 설명해야했지만 언제 어디서 이렇게 넓고 넓은 곳에 안개가 그득하게 차있고,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저 멀리까지 풀만 보이고 이런걸 자주 볼 수 있겠어. 차는 내내 안개속을 달리다 내려와 다른 산으로 향할 때 쯤에야 겨우 안개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니 보이는 넓은 초원. 온통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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