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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빼곡했던 일정들을 해치우고 에어컨이 공기를 식히는 거실에 앉아 캣닢이 들어간 공을 바느질하던 오후에, 몇시간전 스치듯 지나갔던 아는 얼굴들에 새삼스러워졌다. 벌써 알게 된지 10년여가 된 '그쪽' 사람들은 한때는 힘이 되고 위안이 되었던 - '이쪽' 사람이었고, 나는 그 곳에서 어느 기점을 기준으로 그 길의 가운데에서 옆쪽으로 붙어 걷기 시작하다 갑작스레 나타난 샛길에 주저없이 빠져나갔다. 이쪽이었던 것 들은 그쪽이 되고, 나의 이쪽은 한가해졌으며 이제와서는 그 길에서도 그다지 가운데를 걷지는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까지 갖게 되는것이다. 그때의 애정을 의심하는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사랑받고 모두에게 인정받던 기억들이 스스로가 만들어 낸 과장이었을거라는 이야기. 자의적이었지만 연락을 끊어야 했던 것이 (조금) 아쉬웠던 몇명과 인사를 나누고 모르고 지냈던 연락처를 받으며 그때 그쪽에서 계속 머물렀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금새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거의 안하고 사는 버릇에는 이유가 있다며 그만두었다. 상상이 되지만 되지 않는데다가 그대로 있었을때의 행복과 만족의 형태와 지금 상태의 행복과 만족의 형태는 다르기 때문에 비교 불가능이라서 - 게다가 난 저쪽에 계속 있었더라도 언젠가는 자아성찰을 했을거고, 현실 적응 하나는 끝내주는 성향상 그 성찰과 현실 사이에서 금새 적응 및 적용을 끝내고 잘 지냈을거라는 자만 비슷한 확신도 있다. 신기하지, 그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형태의 삶을 살면서도 역시 그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평온한 날들을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이. 뭐, 이미 지나온 일, 이미 벗어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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