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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_e 2013. 5. 27. 10:45

1. 대화 중 혹은 대화의 시작에서 문장을 시작할 때 '그래서'라는 부사를 잦게 사용하는 편이다. 예를 들자면 말을 걸 때의 첫 시작이 '그래서'라던지, 아니면 한 주제에서 다음 주제로 넘어갈때 '그런데'정도를 써줘야 할텐데 잠깐의 텀을 가지고 '그래서'라고 말하는 정도. 나도 못 느끼고 상대방도 못 느낄 정도로 엄-청 자연스럽게 나오는 편이라 보통은 그냥 넘어가는데 어제는 j씨가 "어째서 그래서냐"라고 반문을 했다. 왜 '그래서'이겠어, 내 머릿속에서는 이미 선행 문장이 지나갔기 때문이지. 본론만 말해서 좋지 않냐는 내 말에 웃겨 넘어가는 j씨였지만 사실 본론만 말하는 것이 나을때도 꽤 된단 말이지. 그렇다고해서 언제나 시덥잖은 이야기 하나 없이 본론만 주고 받고 사는 그런 삭막한 삶은 아닙니다. 


2. 주말엔 티코스터와 카드 케이스, 키친 클로스를 만들었다. 파우치는 지퍼도 없고, 바네 파우치를 만들어보고 싶은데 바네도 없고. 으. 코스터는 어디 쓰기 애매한 조각천들을 모아서 만들고 있자니 은근 재밌어서 앞으로도 종종 해야겠다고 쓸모없는 조각천을 버리지 않았던 스스로를 칭찬했다. 하지만 내가 쓰진 않으니 죄다 선물용이겠지. 페브릭을 잘 사용하지 않는 생활 패턴상 (쿠션, 방석, 커텐, 장식품, 인형 등등이 전혀 없는 집) 사실 소잉은 만드는데 의의가 있고 내가 사용하는 것들이 극히 적다. 키친 클로스는 그냥 맨 천을 덮어두었었는데, 바람이 불면 휙 날아가는 재질이라 좀 묵직하게 두겹으로 사방 박음질해서 깔끔하게 만들었더니 창문들 다 열어나도 날리지 않아서 좋더라. 카드 케이스는 카드가 한장이 들어가는 사이즈인데, 재단은 넉넉하게 했지만 접착솜을 붙이고 만들었더니 안 들어 갈 것만 같은 느낌. 마무리 작업 하려다 밤이 늦어 잘 넣어두었는데 으으. 귀엽다. 귀여운데 카드가 안 들어 갈 것 같다. 그런데 귀엽다. 귀여운 쓰레기? 으으. 그래도 다 완성하고 나면 들어갈지도 모르잖아. 억지로. 으. 


2-2. 동생 남자친구가 이렇게 만든 것들은 다 선물하시냐고 물어봤다. 가만히 있으면 그냥 주는데, 만들어 달라고 먼저 하면 돈 내라고 한다고 답했다. 얄밉잖아. 여행간다고 선물 달라고 먼저 말하는거랑 소잉한다고 뭐 만들어 달라고 먼저 말하는거 - 여행 경비를 단 돈 천원이라도 대줬니, 천을 한뼘이라도 사줬니. 열정 페이만큼이나 무시무시한 애정페이. 받는 것 보다 주는게 좋은 사람이지만 아무것도 없이 당연히 손내밀고 기다리면 당연히 주고 싶은 마음은 눈꼽만큼도 안 남는다. 나는 그게 누가 됐든 (심지어 부모님께까지도) '달라'라는 말을 절대 못 하는데, 심지어 상대방이 먼저 그냥 준다고 해도 마음의 부담이 되며 은혜를 갚아야 할거 같아서 거절하거나 받는 순간부터 뭘 도로 주어야하나 고심하건만. 그걸 쉽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이상한건지 쟤들이 이상한건지.  


3. 두어달전부터 홈쇼핑에 보이면 둘 다 열혈 시청하던 통주물 냄비를 결국 사버렸다. 그것도 방송 종료 1분을 남기고! 자동 ARS를 했더니만 카드번호를 누르고는 #을 누르라더니, 비밀번호 앞자리를 누르고 #을 누르면 뒤로 돌아가는 무시무시한 로직. 여태까지 입력 후에 다 #을 눌렀는데, 맨 마지막 비밀번호 앞 두자리를 누르고는 절대 #을 누르지말고 기다려야 다음으로 넘어간다. 누가 이거 짰니. 덕분에 카드번호만 대여섯번 입력했다. 방송은 끝나가는데. 현대 홈쇼핑 잊지 않겠다. 냄비는 20cm양수로 무료 체험 후 반품 가능하다는데, 과연 반품 할 수 있을 것인가.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건 살림 뿐. 


4. ck에게 6월에 평택에 함께 가겠냐고 물어보니 션이 불편하지 않겠냐며 머뭇거려서 넌 '식혜'의 호칭을 부여받았으니 괜찮을거라고 격려했더니, '식혜짱 가겠슴미다'라고 귀여운 척을 했다. 야 임마.


5. 간밤엔 까무룩하게 올라오는 열에 어질어질 하다 잠이 들었다. 일어나 보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날이 흐려 공기가 서늘하다. 아 더위를 먹었구나 하고 - 겨울과 여름이 길어지고 봄과 가을의 흔적이 없다. 5월도 끝나간다. 시간이 잘도 지나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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