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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그런 날

_e 2012. 11. 15. 18:09

간밤에는 꿈에서 내내 울다 끙끙대며 새벽에 잠시 깨었다. 찬바람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도로 잠들고 나니 몸이 무거워 아침에 일어나느라 고생이었다. 우는 횟수는 거의 없다시피 줄어들었는데 꿈속에서 우는 횟수가 늘었다. 어느날은 엉엉 울고 어느날은 눈물만 뚝뚝 떨구다 어느날은 서럽다며 소리도 못내고 끅끅대며 운다. 그러고나서 일어나면 아무렇지를 않다가 문득 - 울컥하고 가슴께가 싸하니 찌르르할때가 있기도 하고, 추운 날씨 탓인지 스산해져 몸을 잘게 떠는 때가 있기도 하다. 오늘처럼 그런날이 아주 가끔, 정말 드문 드문.


이런 날은 피해자 코스프레에 충실하다. 내 게으름과 날카로움 따위는 보지 않고 주위에서 공격하는 것만 떠올리고 변명해대고 반격한다. 잘 되고 있지 않은 것들, 후회되는 것들이 모두 남 탓이다. 그러다가 문득, 이게 무슨 꼴인가 싶어 자책하다가 남들 다 이러고 사는데 뭐가 문제냐며 다시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다 겨우 그친다. 그만두고 나서야 좀 멀쩡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다시 그 쪽으로 가지 않기 위해 애를 쓰면서 몇일을 보내면 괜찮아지는 건 안다. 그 기다리는 시간이 끔찍하다. 


매일을 빼놓지 않고 커피를 마셨더니 슬슬 위염이 도지는 듯이 속이 싸르르하게 아프기 시작해 안되겠다 싶어 걸렀다. 덕분에 하루종일 꾸벅 졸면서 정신도 없다. 뜨거운 페퍼민트티는 잠깐의 따스함 말고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거지 음악을 틀어놓고 하루가 지났다. 차분해지기는 커녕 머릿속이 한바탕 휩쓸고 간 다음에도 그치지 않는 거친 숨마냥 난폭하다. 씨익씨익 하고 날숨이 뱉어진다. 그냥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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