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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F, 이규호.

_e 2012. 10. 21. 21:53


탑밴드2 덕분에 시들한 마음을 불태워보고자 몽니를 보려고하다 몇번의 고민을 더해 규호언니를 보기로 결정. 뷰민라때도 얼굴 뵈었고, 노래야 자주 들으니 별다른 감흥은 기대도 안했고 귀한분 모시니 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달까.

그리고 그 생각은 바람쐬고 돌아와 들리는 리허설 소리에 끝장났다.

십년이 넘게 규호언니는 정말 몇장 안되는 사진, 그것보다 훨씬 적고적은 동영상, 단 한장의 정규 앨범과 다른 가수들 앨범의 음악으로만 접할수 있는 - 일종의 사이버 가수 수준인 - 존재였는데, 그 십년이 넘는 시간동안 듣던 노래가 눈앞에서 라이브로 펼쳐질때의 감동을 간과한거다. 몸상태가 좋지 않거나 이미 전타임에 전 체력을 소모해 날뛰었던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고, 결국 편한 좌석에서 몸을 일으켜 앞으로 앞으로 향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넋놓고 봤다. 현실이 아니었던 노래가 정말 현실이 된거다.

내 덕에 알지도 못하는 가수 앞줄에서 함께한 ck는 세션들이 언니의 마이크 볼륨 작다며 연주 중에도 난리였다며 모두 공주님 대접 한다고 나오는길에 이야기했지만, 그런거조차 눈에 안들어왔다. 언니 보기 바빴으니까. 언니가 현실이었어. 언니는 나랑 같은 세상에서 살고 계셨다고! 뷰민라 세션왔을때 바로 앞에서 봤으면서 이렇게 감격하는 내가 나도 이해가 안되지만 - 다음 곡목이 나올때 마다 탄식하는 나를 ck는 매번 몸이 더 안 좋아졌는지 살폈지만, 매 곡 매 순간마다 이 곡을 정말 눈앞에서 들을 수 있다니! 라는 감탄이었을뿐이다. 아, 어쩜, 언니는 나이를 먹어도 그렇게 아름다운가요. 게다가 귀여워. 그리고 고와. 오빠를 만나면 눈물이 나는 빠순이의 심정을 알 것 같았지만 울지는 않았다. 울면 지는거야, 언니 얼굴이 안보이잖아.

공연이 끝나고 나오는 길에 감격에 허우적거리며 정신놓고 터벅터벅 걷는 와중에 언니랑 나랑 커플 머리라고 주장하고 동정받았다. 날 동정해도 괜찮아, 난 언니가 새부를 때 같이 작업해 본 루시드폴마저 잠시 질투했었으니까. 그 동정, 달게 받겠다.

언니 제발 앨범내고 단독 공연 좀 해주세요. 사이버 가수같단 말이예요. 흑흑. 하지만 언니는 오늘 그렇게 말씀하셨다. 자기는 앨범을 아주 오랫동안 길게 준비할 운명인것 같다고. 사람들은 저마다 시간의 속도를 다르게 가지고 있는 법이라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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