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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이 났다. 항상 있던 미열인양 넘어가려다 다르게 뜨거운 이마와 게워내는 속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서 손에서 다 놓고 일단 쉬었다.
토요일에는 집안 행사에 가까운 행사가 있었다. 아버지는 20년이 넘어서야 겨우 반듯하게 선 건물에 눈물을 보이셨다. 네다섯살의 나를 보았던 분들은 지금의 나를 보며 놀라했고, 나는 그런 어르신들께 제가 그 꼬마였던 첫째라며 인사를 하고 다녔다. 아버지는 행사를 다 마치고 내 손을 쥐셨다. 아버지의 이십여년이 넘는 시간들이 쌓여 내가 자랐고, 나는 아버지의 역사를 함께 해온 성장의 산물이 되었다.
일요일에는 KTX를 타고 서울에 도착했는데 피곤이 급하게 몰려와 집에 들어가자마자 짐도 풀지 않고 잠이 들었다. 잠을 깨었더니 몸이 무겁고 열이 올랐다. 나이를 먹고 j씨를 만나면서 줄어든 예민함이 일할때만큼은 어김없이 발휘가 되어서 딱딱하게 굳은 어깨인양 긴장된게 지내는데, 끝난것도 아닌 프로젝트와 토요일의 행사에 긴장이 풀린 모양이었던게지. 때마침 두통까지 얹혀져 아프다며 빽빽거리고 울어대다 먹은 것도 없는 속을 게워내었다.
앓다보니 하루가 지나고 하루가 더 지나더라. 쌓여있는 일은 손도 못대어보고 시간만 흘러갔다. 꼬박 이틀 반나절을 앓았다. 앓고 나니 별다르게 달라진 것도 없이 다시 하루가 시작이 된다. 앓을 때야 정신을 놓은 듯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는데, 조금 나아진 지금의 나는 딸기가 먹고 싶다며 j씨를 난감하게 하고, 쌓여있는 일들을 처리해나가기 시작한다. 앓을만큼 앓았더니 시간이 더해져 아물더라. 지금에야 마음에 걸리적 거리고 있는 불쑥 튀어나온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마모되리라 믿고 있다. 아니, 믿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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