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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미학

_e 2011. 6. 28. 08:58
일년의 두어번 불면의 시기를 제외하고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자는 내가 (한시가 넘어 잠이 들었는데도) 새벽 네시에 잠을 깨야 했던건, 24시간 틀어두는 침대쪽의 모기약도 소용없이 물린 여섯개의 붉은 자국때문이었다. 남들 한번 물릴때 최대 열번도 물릴 수 있는 체질은 아무리 고된 하루에 지쳐 잠들었어도 한방 물리고 나면 소머즈 귀를 만들어준다. 보통은 잠에 취해 이불을 뒤집어 쓰는 것을 택하는데, 피곤에 비례해 잠투정도 늘어나는 이유로 온갖 짜증을 다 내며 꿈틀대고 있자니 j씨가 척척 에어컨을 틀고 모기약을 가져다 발라주고 도닥여 재운다. 물론 모기에 물렸다고 네시에 일어날 수 있는 것을 신기하게 여기는 말 한마디는 잊지 않았다. 

결혼하니 좋냐는 질문을 흔히 받고, 별다를 것 없다는 답을 흔히 했다. 5년여의 연애는 우리에게 새로운 상황이 다가올 것이라는 일종의 기대를 없게 만든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이랬다는 양 우리의 집에서 우리의 생활로 익숙하게 날들을 보낸다. 결혼하면 찐다는 살을 연애하며 쪘으니까 더 별 다른 것이 없다고 여기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이럴때면 아 결혼 참 잘했다 -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디 부딪혀 상처가 나거나마음이 상해 앓아도 먼저 '괜찮다'라고 말하는 j씨와 '나는 안 괜찮다니까'라고 답하는 나도, 어느새 가족이 된 우리도. 근사하게 인생이 바뀐 것도 아니고 서로에게 너는 나의 로또라고 말하며 살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둘이라 다행인 것 처럼.

앞으론 결혼하니 어떠냐는 질문에 '잘 때 모기를 물리면 모기약을 발라준다'는 답을 할까 잠깐 생각했는데, 아마 간지러워 말 못할거다. 사소한 결혼의 미학은 숨겨두고 별 거 없다는 답을 계속 하겠지. 그냥, 해보면 안다. 얼마나 괜찮은 일인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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