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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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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_e 2011. 6. 17. 10:00
어제 일을 하면서 그렇게(메신저 대화명이 쌍-욕 직전이었다, 속은 오죽했겠어)까지 화가 났던건 대체 왜 '일'때문에 그림조차 그리러 가지 못해야 하는가였다. 난 먹고 살기 위해서도 돈을 벌긴 하지만,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고 이것 저것 '내 생활'을 하기 위해 돈을 버는건데, 일을 하기 위해 돈을 버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그렇다고 관둘 수는 없다. 타고난 일복을 걷어찰만한 처지가 안된다. 부유한 삶은 됐지만 가난하게는 살고 싶지 않으니까 난 아마 안될 거야, 평생 이 바닥에서 이렇게 허우적 거리겠지. 이 정도까지 되어버리니 입에서는 먹을 걸 달라고 하고 속에서는 먹을 걸 넣으면 다 토해내겠다 - 라고 시위중이라 먹을 걸 씹다가 삼키지 말고 뱉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도 했다. 이건 뭐 껌도 아니고.

자기 희생의 숭고함을 찬양하던 친구는, 내 가족이나 친구가 누구 대신 죽기라도 한다면 세상은 그 사람을 훌륭하다고 해도 나는 평생 그 사람과 그 사람 대신 살아난 사람을 원망하고 저주하며 살거라는 답에 나를 설득하려다 그래 너답다며 손을 들고 물러났다. 나는 그냥 '사람'이라는 종이 싫은건데, 자꾸만 나에게 사람은 아름답고 사람은 훌륭하며 사람은 너에게 희망이라고 주입시키려고 한다. 간단하게, 개를 어마어마하게 싫어하는 사람이 살다 한번쯤 마음에 드는 개를 만나도, 그 개만 좋지 다른 개들까지 좋아할 수 있는건 아닌데 자꾸만 사람이라는거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든다. 

어젠 오전 회의가 끝났는데 아홉시였다. 오아. 열시에 출근하던때도 있었는데. 일이 많을땐 빠른 노래가 제격이라며 신보로 나온 악틱몽키즈를 플레이 리스트에 걸어둔다. 다음주부턴 조금 상냥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지금은 내가 생각해도 너무 날이 서 있는 것 같다. 말이 좋아 날이 서 있는거지 그냥 성질이 더 더러워진게지. 

잡담 끗, 일이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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