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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전제에 깔아두는 것은 항상, 나는 (수는 많고 깊이는 얕은 여느 것들과 마찬가지로) 디자인에 재능이 없고 그 와중에 게으르다는 것이다. 조금 더 보태자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재밌는 걸 할 땐 의욕이 충만하고 재미 없는 것을 할 때면 미루고 미루다 먹고 살려니 인상쓰며 하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 정도가 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이너를 계속 하고 있는 건,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밥 벌어 먹고 살기에는 별다른 투자없이 사용할있는 능력치가 이것 뿐이기 때문이고, 가-끔은 재밌는 디자인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어느 직업이 안그러겠냐만은 웹디자인은 '지인'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길이다. 입구가 넓지만 출구도 넓거든. IT 직군 중에 가장 박봉이며,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데다, 정말 괜찮은 커리어가 아니면 거기서 거기인 바닥이라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퇴화하고 뒤떨어지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저기서 스스로 노력이라는 것을 하려면 야근과 과다한 업무에 지지 않을 강한 체력이 필요하고, 때려치우지 않고 버티는 데에는 클라이언트의 무모한 요청에 자신은 아티스트가 아닌 월급쟁이 임을 인정하면서도 무너지지 않을 좀 더 질긴 정신력이 필요하다. 일명 '디자인 공장'이 된 기분으로 저 퀄리티이지만 빠르고 많은 양의 작업물을 내놔야 할 때도 있고, 그동안 쌓아오고 갈고 닦은 자신의 디자인에 대한 신념과 자긍심을 깎아내리면서까지 새빨간 배경에 샛노란 글씨를 써야 할 경우도 생긴다. 포토샵 정도는 아무나 다 하는거라며 무시 당하기 쉽고, 편집 디자인이나 시각 디자인과는 업무와 스킬이 다르지만 웹과 상관 없는 '보통'의 사람은 그것의 차이를 모른다. 미술보다는 기술에 가까운 일인데도 미술의 업무라고 생각해 미술을 원하는 클라이언트도 있고 - 이런 경우 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해도 상대방은 대체로 받아들이지를 못한다. 컴퓨터로 그림을 만들어 내는 것과 손으로 그림을 그려내는 것이 어째서 차이가 있는지를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쪽 길은 진입 장벽이 낮고 (포토샵만 할 줄 알면 개인 사업장에선 싼 값에 쓸 수 있으니 대부분 오케이) 예술보단 기술에 가까운지라 하다보면 스킬이 늘기 때문에 상한선의 한계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조금씩이라도 스킬이 늘어 날 수 있다. 재밌는 작업을 맡게 되면 몇일 철야에도 신나고, 다른 직업보다 훨씬 산출물이 명확해 포트폴리오 작업하기도 좋다. 공급이 많아도 잘 될 놈은 어디서든 잘 되니까 박봉이 아닐 수도 있고, 디자인 퀄리티가 훌륭하게 나올 수 있게 해주는 클라이언트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니까 볼 사람은 없겠지만 혹여라도 웹디자인을 꿈꿨는데 글을 읽어보니 망설여지는 사람은 신경쓰지 않으면 좋겠다. 하고 싶어서 하는 것고, 할 게 이것 뿐이어서 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위에도 썼지만 될 놈은 어디서든 잘 되니 환경이 어쩌고 저쩌고 해도 잘 되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쓰다보니 뭔가 불평불만이 가득한 것 같네. 애초에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냐면, 디자인 Job이 석달정도 들어왔는데, 고객사에 가서 좀 있어보이려는 의도로 타블렛을 손에 익히려고 연습 중이라는 것이었던 것 같다. 손에 어느정도 익었나 싶었지만 마우스 대용으로 쓰기엔 손목이 심히 아프다는 것과 그러고보니 내가 연필도 워낙에 힘줘서 수업 한시간 들으면 쉬는 시간 십분 내내 손목을 풀어놔야했다는 과거 회상도. 디자인 소스를 찾아다니기 위해 주말의 연휴 중 하루는 꼬박 구글링으로 시간을 다 보냈다는 것도. 디자인에 소질이 없다, 못한다고 열심히 말해도 결국 많이는 아니어도 조금씩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조금. 대체 무슨 얘길 하고 싶었던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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