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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_e 2010. 11. 15. 18:19
가끄-음, 암향에 쌓아 둔 지난 글들을 읽어보면 작년 끝날 무렵부터 올 한해 내내,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도 적어놨다. 정리를 하고, 마음을 다잡고, 앞으로 지낼 방법의 기반을 글로 많이 다진 듯 하다. 게다가, 말보다 글로 표현하는 것이 쉬웠던 예전과는 달리 글이 아닌 말로 표현해서 쉬운것들도 있다는걸 깨닫고 난 다음이라 글이 많이 줄었다. 덕분에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래봐야 결론은 '내가 싫은건 남에게도 하기 싫고, 내가 좋은건 남에게도 오케이'로 귀결되지만 요게요게, 정말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일년이나 내내 질질 끌어오며 당신들과 나는 다르니 나를 버려두시오 - 라고 정작 글을 읽지 않을 사람들에게 소리치고 있었고. 글로 정리한 것의 배 이상으로 메신저 창에 써 넣었다. 당신들이 원하는 답을 주지는 않을거야. 일종의 세뇌였을거라고 생각한다.

평화를 사랑하고 다툼을 피한다는 명목으로 묶어 두었던 스스로를 풀어 놓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싸움의 방법을 모른다는 나의 고백에 J씨는 어이쿠- 라며 신음성을 내뱉었다. 스물 다섯이 넘어가도록 싸울줄을 몰랐다. 싸움이 시작되고 나면 어디까지 해야 적당한지를 모르고, 얼떨결에 싸움을 끝내고 나면 언제 용서를 받아줘야 하는지, 언제 용서를 구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나와 관계없는 사람이라면 좋은게 좋은거라며 관여하지 않으려 피했고,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한 없을 듯이 굴며 받아주고 고개를 끄덕이다 임계치를 넘어버리면 그때부터는 철저하게 싸움닭으로 변신했다. 너의 이러이러한 점 하나하나가 전부, 너의 사소하고 자그마한것 까지 모두 '너는 세상에 쓸모없다고 말하고 있다'며 소리치고 손가락질하고 욕을 뱉었다. 요령이 없었고, 방법을 몰랐고, 참고 받아주고 이해한다는 말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지냈다.

괜찮다, 괜찮다 - 라고 몇번을 이야기 했던가. 이불을 뒤집어 쓴 체 몸을 웅크리고, 어두운 골목길을 걷다가 목이 아프도록 침만 삼키며, 사람들로 가득한 지하철에서 벌개진 눈을 껌뻑거리면서도. 먹먹한 가슴을 손바닥으로 둥글게 쓸어내리며 할 수 있는 말은 그것 뿐이었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과도기였다고 생각한다. 겨우 몇 발자국 안되는 거리를 걷고 나아가기 위해서 했던 이야기들을 반복하고 떼던 걸음을 도로 멈추기도 하면서 시간을 지냈다. 얼마 안되는 싸움에 상처를 받았지만, 무서워 피하고 몸 사렸던 예상치보다는 적고 견딜만 했다. 베풀 줄 아는것과 전부 다 바치는 것은 다른것이라며, 남에게 다 내어주지 않고 전부를 참지 않는것은 안절부절 하지 못하게 만들었지만 지나고 나면 내게 도움이 되었다. 온 몸 다 바치고, 온 마음 다 바쳐 이루어지던 소비에 제동이 걸렸다. 만들어내는 것보다 깎여 나가는 것이 줄어들었다. 천천히 그렇게 나는 온전한 스스로의 내가 되어갔다.

사소함이 이루어가는 괜찮은 시간들이라니. 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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