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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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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 - #2

_e 2020. 3. 9. 08:49

아침, 간간이 일.

night night.
더위를 많이 타는 아이 덕분에 여름 내내 거실 생활이라
8시면 어둡고 조용해지는 집.
갑자기 쏟아지는 요란한 빗소리랑
지금 뭐 하는지 알 것 같은 작은방의 마우스 클릭 소리,
김치즈의 끊임없는 자기 어필- 을 뒤로 하고 어여 자야지.

이발기는 소리만 들어도 싫어하고 목욕은 고문같이 여기니
어르신 괴롭히기 싫어 내버려둔 털이 떡지기 시작해서 싹뚝싹뚝 가위질.
가슴이랑 엉덩이에 뭉친 건 더 공들이고 오래 걸려서 없애야겠지만
등털이라도 더벅하게 만들고 나니 속이 시-원.
외출 할 일 없으니까 여름엔 좀 삐뚤어도 돼. 그래도 넌 예뻐.

육아를 시작하면서 j씨는 나에게 평소보다 더 살림과 정리를 그만하고
그럴틈이 있으면 쉬라며 거듭해서 당부를 했다.
신나게 정리를 하다 조기 진통이 와서 입원을 한 전적도 있으니
최대한 살림을 맡기고 아이 옆에서만 있으려 했지만,
j씨가 자는 동안 아이를 안거나 내려놓고 야곰야곰 조용히 이리저리 살피며 지내곤 했지.
아이를 맡기고 쉬는 시간에도 좁은 집안을 사부작거리며 돌아다니다보면
그만 좀 하라고 말리는 말이 오고, 결국은 청소와 정리는 해야해서 하는 게 아니라
즐거워서 하는거니 말리지 말라는 말이 돌아 가고 나서야 겨우 말리는게 줄었다는 이야기.
정리도 좋아하고 청소도 좋아하지만 쟁여놓는 것도 좋아하는지라
미니멀 라이프보단 수납에 재주가 있다는게 함정이긴 하다.
아이를 재워놓고 삶은 젖병들을 주르륵 늘어놓다가 뭐 이렇게 정리가 좋을까 싶었달까.
평생소망(심즈의 그것)중 하나는 이고지고 사는 것들을 죄다 버리고
제로부터 다시 필요한것들만 골라 집을 채워보는 것인데 과연.

골목 모퉁이에 할머니네 작은 슈퍼가 없어지고 편의점이 생겼다.
평상에 동네 할머니들과 함께 앉아 있던 고양이의 안부가 궁금했는데
막상 만나고 나니 잘 지내는지가 더 헷갈린다.
원래도 가게 근처를 잘 돌아다니던 아이라 할머니댁도 근처라 마실을 나온건지
아니면 할머니 없이 혼자 내내 밖인건지.
아는체를 하니 다가와 다리에 몸을 부비며 인사를 하고는
편의점 문 앞에 자리잡고 앉아 있는걸 뒤로하고 집으로 올라왔다.
잘 지내고 있는거겠지, 그런거겠지. 계속 쭉- 잘 지내렴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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