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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청동을 한번도 가본 적 없다는 말에 눈꽃씨는 깜짝 놀라며 팥죽이 좋은지 커피가 좋은지를 물었다. 사과 나무에서 걸어나오니 멀지 않은 곳에 삼청동의 입구가 보였다. 나는 사실 삼청동이 어디 붙어있는지 조차 몰랐다. 남들이 흔하게 좋다며 가는 곳이니 피했고, 관심을 끊으니 서울의 이쪽 끝에 붙어있거나 저쪽 끝에 붙어있어도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언제나 그랬다. 그것이 무엇이든 남들이 모두 다 좋아하면 관심이 사라지고 관심이 사라지니 나와는 상관 없었다. 밤의 삼청동 길을 걸으며 우리는 사람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와 눈꽃씨는 조금 지쳐있었다. 소비되어지는 관계들에, 평균치에 맞추라며 우리의 희생을 바라는 관계들에,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숨어있는 우리들에.
시큼한 레모네이드와 시원한 더치 커피를 홀짝이며 이야기를 나누자면 바라는 것은 별로 없었다. 소비되어지지 않는 삶. 공평한 관계. 배려라는 허울 좋은 구실로 상대방을 휘두르지 않는 좋은 사람.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 할 수 있는 그런 관계. 그리고 써놓자면 당연한 것들이 되어지지 않는 판에서 우리는 그저 마이너의 길을 걷기로 하고 마주보며 웃었다.
2. 남에게 베푸는 배려의 기준은 '다수'에게도 적용되는 것이 맞을까, 당장 눈앞의 상대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맞을까. 상대방이 내게 하는 배려가 내게는 배려가 아닐 수도 있을까. 그렇다면, 어째서 어떤이는 배려를 하고 있으니 자신의 배려에 감사해하라고 말을 하고 있는걸까. 마음에 없는 말을 하는 것을 억지로가 아닌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하라는 말에 기어코, 그렇다면 그렇게 하기가 힘든 나도 배려해주는 것이 맞지 않냐고 말해버렸다. 내가 마음에 없는 말을 하는 것에 대해 힘들어 한다면, 굳이 꾸며내는 말들을 듣지 않아도 상관없지 않을까. 내가 힘이들면서까지 꾸밈이 있는 말을 건내야 관계가 유지되는것이 과연 옳을까. 애정을 나누고 있는 관계에서 그게 성립이 되는걸까. 형식적인 관계인양 웃는 낯으로 좋은 말만 주고 받아야하는걸까. 양쪽 다 희생하면서 배려하고 싶지 않은것에 대해서는 '한쪽의 희생'이 아닌 '공평한 조율'이 필요하지 않냐고도 말했다. 가끔 고민이 되긴한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공평함이 다른이에게는 정없이 느껴질게 뻔해서. 하지만 나는 나만 희생하기도 너만 희생시키기도 싫으니 이것이 답이라 생각한다. 피아노의 줄 조차 너무 당기거나 느슨하면 제대로 된 소리가 나지 않는데, 어느 한쪽에 기울어서야 어디 우리 사이에 제대로 된 연주가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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