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gram.com/_e.note
#쌓는생활

티스토리 뷰

ordinary

부디 괜찮아야한다

_e 2009. 10. 30. 10:26
아무래도 평생을 익숙치가 않을거 같지만. 그래도 아직은 장례니 결혼이니, 몇번 접한적이 없어 낯설기만 해서 가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더랬다. 좋은 날은 아니지만 마냥 눈물 쏟아 낼수는 없어 손이나 쥐어주고 시덥잖은 농담이나 했다. 가겠노라 연락도 안하고 갔더니 어떻게 왔냐며 눈물 뚝뚝 흘리는 모양새에, 여자애들 우는건 봤어도 사내놈 우는건 또 본적이 없어 짠하고 속상했다. 오는 길에도 마음이 나아질 줄을 몰랐던 덕분에 피곤했던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져 바로 잠이 들었더랬지.

이리저리 병신같은 판결에 떠들썩한 나라도 한발 물러서 바라보고 있다. 참 정 없이 산다 여겨질때가 이런땐데, 당장 내 피부에 와닿아 내 살을 찢어놓지 않는 한 살짝의 불편함이나 긁힘 정도에는 방관하게 된다. 농처럼 던지지만 국민연금 열심히 부어 목돈 만들어 이민갈때 받아갈거라는 말이 농이 아닌게 되어버리는 순간들이 있다. 탱크로 밀고 들어온 군부 시스템보다 못한 지금의 시스템이 정 줄 줄 모르는 나마저 답답하게 만들 정도니 말이야 다 되었다 싶긴 하지만. 이렇게 되면 항상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분노하며 몸으로 뛰었던 - 고생스럽지만 무어라도 했던 그때가 나은것인지, 제 생활 한답시고 관심도 다 끊어 무관심속에 어쩌면 편한 지금이 나은것인지. 어느쪽이 더 슬프고 서러운걸까. 차라리 어느 한쪽을 몰랐으면 더 좋았을것을.

또 하나의 문제는 내 성향이 점점 단호해 진다는데 있다. '어쩌면 좋냐'는 일종의 위로의 말이 위로의 말로 들리지 않는 정도에 이르렀다. 고생이 많다, 수고가 많다 이야기는 한두번 들으면 참 감사하고 고마운데 어느순간 일정 횟수를 넘어버리면 대체 날더러 어쩌라는건지를 모르겠다. 야근을 한다는 자정쯔음의 말에 한두번의 '얼른 하고 들어가라' 혹은 '그놈의 회사' 같은 말들과 '맨날 그렇게 고생해서 어쩌냐'는 말들은 참 고마운데 서너번이 넘어가니 욱하고 성질머리를 부리게 된다는거다. 대체 왜 내가 일하고 있는 이 시간을 쓸데 없이 고생하는 시간으로 만드는건가 싶은 생각이라고 해야하나. 하여간 이놈의 성질머리.

프로젝트는 아직 중간즈음인데, 진행되고 있는 정도는 초기즈음이어서 연이은 야근에 다들 몸과 마음이 지쳤는지 날카롭다. 감기가 왔는지 두통이 심해서인지 머리는 계속 지끈거리고 목은 부어서 숨 쉬기가 조금 힘들기도 한것 같고. 회사 팀쪽 문제는 해결이 되는 모양새가 전혀 안 보이고, 당장 닥친 일의 범위조차 커서 감당이 될까도 잘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해내겠지. 어려운건 많고, 시간은 잘도 지나간다. 하지만 역시 부디 괜찮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조차 바라지 않으면 이도저도 안될것 같아서 그것만 붙들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