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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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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있을 공연이 갑자기 생각나 밤청년들의 노래를 틀어두고 나갈 준비를 한다. 환기를 한번 할까 했지만 이것저것 정리하다보면 오전중에 나가기가 힘들 것 같아 일단 미룬다. 안과를 가려고 집을 나서니 자잘한 눈이 흩날렸다. 잠깐 고민했지만 세탁하고 올해 처음 입은 점퍼라 5층으로 다시 올라가 우산을 들고 내려왔다. 큰길로 나오니 다들 우산이 없어 모자와 옷깃을 여미고 종종 걸음을 걷는다. 턱을 떼지 말라며 간호사가 지그시 뒷통수를 손바닥으로 버텨주는 동안 자잘하고 따끔하게 속눈썹들이 뽑혀 나갔다. 주륵주륵 눈물을 흘리며 적외선 램프 앞에 잠시 눈을 감았더니 뜨끈뜨끈한 기운이 느껴져 두툼한 옷이 답답했다.

시장의 두부집은 첫 두부가 그렇게 일찍 나오지 않았던 기억이라 병원도 겸사겸사 게으름 피우다 늦게 나왔는데도 순두부는 30분은 기다려야 된다고 한다. 마트에 가서 포장되어있는 순두부를 사도 될 걸 엊그제부터 먹고 싶었던 순두부 찌개를 생각해보니 두부집 순두부가 더 맛있을 것 같으니 시장을 좀 더 둘러보고 다시 들르기로 했다. 천천히 시장을 둘러보며 걷다가 빵도 조금 사고, 야채와 과일들도 훑어보다 새로 생긴 카스테라집에 가보니 카스테라가 나오는 시간이라고 적혀있던 것에 맞춰 그새 대여섯명의 줄이 있어 깜짝 놀랐다. 주섬주섬 줄을 서 카스테라를 사고 시장으로 돌아가니 내놓은 순두부가 아직 없어 주인 아저씨 눈치를 슬쩍 보니 담아주겠다며 잠깐 기다리란다. 뜨끈뜨끈한 순두부를 안고 들어와 사온 것들을 정리하고 나니 자기 전에 주문해둔 온라인 마트 장본 것들이 도착해 마저 정리를 한다. 냉동실과 냉장고에 나눠 넣고는 마지막으로 호일을 조각조각내고 버터도 조각조각 잘라 차곡차곡 담는다. 살림은 자잘한 것들의 연속이다. 요즘 한창 유행인 비우고 사는 삶은 못하니 가득 찬 상태에서 정리라도 잘 하자고 생각하고 나니 그 자잘한 것들이 많다. 가끔은 귀찮지만 대체로는 즐거운 것이 다행인걸까. 어느새 작은 은색의 버터 조각들이 빼곡하게 두 그릇에 담겼다. 정리를 마치고 거실에 앉아 장안의 화제였던 드라마를 몇 달이 지나 틀어본다. 남들 다 재밌다는데에는 이유가 있는거겠지.

이제 슬슬 저녁 준비를 해볼까. 오늘도 하루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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