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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서의 독서

_e 2016. 7. 25. 10:05

이런저런 것들이 오고 가다 각자의 취미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다. 누군가는 낚시를 한다고 했고, 누군가는 운동을, 누군가는 음악을 한다더니 내 차례가 돌아와 웃으며 흔하게들 하는 독서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대뜸 돌아오는 것이 남들 다 한다는 독서와 영화 말이죠? 라면서 최근에 읽은 책을 물어보면 다들 답을 못 하는 그 독서요? 라길래 '그렇진 않구요-' 정도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거기다 대고 최근에 읽은 책들을 줄줄이 대는 것도 우습고, 취미도 사생활의 범주인데 내가 원하지 않는 타이밍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시시콜콜 나누고 싶은 의향도 없었달까. 운동을 한다는 말엔 멋있다며 맞장구를 치더니 독서를 한다는 말에는 흔한 것이라며 웃는 그 사람이 과연 책이나 읽을까 싶기도 하고, 책을 읽는다쳐도 이야기 하는 방식을 보아하니 나와는 책 읽는 장르가 맞지 않을 것도 같으니 패스 패스. 게다가 나는 말을 어여쁘게 하지 않는 사람과 말을 섞는 걸 좋아하지 않으니 나의 에너지를 아껴 다른 곳에 써야한다.

취미로서의 독서는 어느샌가 포지션이 애매해진다. 자기 개발을 위한 몇몇의 취미 생활은 각광받지만, 정작 독서는 자기개발서가 넘쳐나기 시작하면서 더 우스운 모양새가 되었다. 나에게 독서는 그저 유희 활동 - 의미 그대로의 취미인데, 많은 사람들의 독서는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목적이 있어 의무적으로 행하는 것을 취미라고 칭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즐겨서 하는 휴대폰 게임을 취미라고 말하기는 부끄러운 것일 테니 다들 독서가 취미라고 말하기 시작한 게 아닐까. 그런 이유로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니 주위도 정작 본인도 독서가 취미라고 하지만 책을 읽는 걸 본 적이 없는 걸테다. 그래서 취미로서의 독서가 우습다 말하는 거겠지.

나의 경우엔 취미는 독서라고 자신 있게 말하게 된 것이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그전의 취미는 책 사들이기 정도일까. 아무래도 살기도 바쁘고, 책 말고도 재밌는 컨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살다 보니 읽고 싶어서가 아니라 갖고 싶어서 책을 사고 책장에 꽂고 정작 잘 읽지는 않는 걸 반복하다가 안되겠다 싶어 책을 사는 것까지 그만둬버렸다. 그만뒀으면 집에 쌓인 책이라도 차곡차곡 읽으면 좋으련만 어느샌가 몸에 밴 산만함이 느긋하게 앉아있는 걸 못해 책을 못 읽게 되었다는 변명만 거듭된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다시, 독서가 취미로 돌아온 것은 전자책을 구입하고 나서부터. 어디서든 들고 읽을 수 있다는 휴대성의 메리트가 내게 매우 크게 작용했다. 종이책의 촉감과 후각은 잊지 못하지만 편리에 익숙해진 현대인(이라 쓰고 기덕이라 읽는다)의 삶이란 그런 것이다. 그 와중에도 하우스를 첫 회부터 다시 보겠다며 어느 날엔 핸드폰의 동영상을, 어느 날은 전자책 단말기를 꺼내 책을 읽는 병렬적 취미 생활이 되고 있긴 하지만, 취미니 여러 개여도 상관없고, 여러 개여서 더 즐거운 것이니까 얼마든지!

그렇다고 내가 독서 부심을 부리자는 건 아니고. 나는 남들이 책을 거들떠도 안 보고 내내 살아간다고 해도 그걸 우습게 여길 생각은 없다. 각자의 취향과 즐거움에 관한 것이 정답이 있는 걸까. 그러니 부디, 취미로서의 독서를 우습게 여기지 않아 주었으면 - 하고 바라지만 우습게 여기는 그런 사람들이 이런 걸 생각할 리 없으니 그저 나를 홀로 내버려 두기를. 고작 취미 생활일 뿐인데 그 고작조차 버려두지 못한다니 씁쓸하지만, 그 고작을 생각하며 내가 일주일에 책을 수십 권 읽던지, 일 년에 두 세권 읽던지 그냥 버려 두기를. 내가 바라는 것은 언제나 거창한 것이 아닌데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장바구니에 책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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