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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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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핸드 크림은 묵은 기름 냄새가 나서 바를 때 마다 숨을 꾹 참게 된다. 한 시간에 한 번씩은 바르고 있으니 하루에도 몇 번씩 숨 참기 운동을 하는 모양새가 되곤 한다. 그렇지만 바르고 나면 흡수도 빠르고 손도 부드러워져 내다버리기엔 아깝다. 빠른 선택의 선두주자인 나는 냄새를 포기하고 손의 보드라움을 택한다. 선택이 끝나고 나면 말을 덧대지 않는 것이 멋짐이니 멋짐의 법칙에 따라 냄새의 불평은 그만 하기로 한다. 물론 숨 참기 운동 때마다 미묘해지는 나의 표정은 숨길 수 없겠지.

이른 아침엔 청소하시는 미화원 아저씨 옆을 지나는데 자그마한 소리로 노래가 들려왔다. 요즘 나온 것 중에 최악의 발명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어르신들이 쓰는 외부 스피커 출력 빵빵한 휴대용 mp3 플레이어인데, 이른 아침의 아저씨의 노래에는 싫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도 느껴지는 게 다른거니까 그런거겠지. 아침의 부지런함에 덧대어지는 크지 않은 트로트는 기분 상할 일 없이 함께 흥겨운걸로.

아침에는 눈도 잘 떠지고 잠도 잘 깨어났는데 점심을 먹고 와서부터는 급 피곤해 잠이 몰려온다. 주말의 넉넉한 잠에 일요일 밤에는 잠이 쉬이 들지 못해 별로 못 잔 덕분인가 싶다. 가물가물 꾸벅꾸벅이라 보냈더니 션도 눈이 안 떠진다고 답이 왔다. 모두의 월요일은 피곤한 법이지. 월요병을 이기는 방법은 일요일 출근 뿐이라던데, 그렇게 까지 이길 투쟁심은 없으니 온 몸으로 받아주겠노라 선언하고 가물가물 시간을 보낸다.

아, 벌써 칠월의 중간이 지났고, 나의 일년의 절반도 지났고. 오늘 하루도 많이 지나갔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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