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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이 가득한 제주에 있는 지인의 인스타를 보며 억새가 가득한 제주에 있을 10월의 나를 상상한다. 조만간 여행 경로를 짜고 숙소를 구하고 항공권을 끊어야겠다. 제주를 갈 돈이면 조금 더 보태 오사카를 다녀오겠다 하며 지내왔는데, 한두 번 가고 나니 더 쉽게 자주 갈 생각이 든다. 공연도 그랬던 것 같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찾지 않다 어느 날 한번 가기 시작하니 예전보다 좀 더 쉽게 찾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많은 것이 그렇다. 하지 않을 때는 이런저런 이유가 참 많은데, 한번 시작하고 나면 그 이유들이 줄어들고, 그 이유가 있어도 하게 된다. 아마 하지 않는 나에 대한 변명이 그만큼 많았던 거겠지. 항상 변명 없이 살고 싶은데, 여전히 남은 변명도 많다. 그러니 그 변명들에 대한 변명은 하지 않기로 한다.
비가 많다. 아침에는 세탁기 안에 들어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비를 맞았다. 찰박찰박한 길을 보며 바지를 종아리 위까지 껑충 끌어올렸다. 출근을 해서는 물티슈로 발을 뽀득뽀득 닦아내고 슬리퍼로 갈아신고는 젤리슈즈를 뽀득뽀득 씻어왔다. 마른 장마라 놀렸더니 그게 아니라며 잔뜩 퍼붓는가 한다. 주말부터 에어컨의 제습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세탁기에 건조 기능이 있어 눅눅하지 않은 수건을 쓸 수 있으니 괜찮다. 잠에서 깨기 힘든 것과 두통만 아니면 한동안 가물었으니 잔뜩 쏟아지는 비도 역시나 괜찮다. 수요일이나 목요일이면 다 그친다더니 오늘은 진통제 없이 지낸다. 좋네, 좋아.
이미 웹이 존재하던 예전부터 그래왔지만 주위에 아이 엄마들이 늘어나면서 더 그런 것 같은데, '자체' 순화어, 축약어들이 계속 눈에 거슬린다. 아줌마라고 자칭하기는 싫으니 스스로를 아주미라고 부른다던가, 누구 엄마라고 하지 않고 누구 맘이라고 한다던가, 얼마 안 된 예전으로 돌아가자면 년을 년이라 하지 못하고 냔이라고 한다던가, 아주 먼 예전으로 돌아가자면 좆을 좆이라고 하지 못하고 졸라라고 한다던가. 욕을 하는 자신이 어색하거나 부끄러우면 하지 않으면 될 텐데 그걸 굳이 순화 시켜서 하려는 것도 이상하고, 글자수 차이도 없는데 굳이 자기들만의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것도 간지럽다 - 라고 쓰다 생각해보니 덕질을 하다 보면 그 안의 신조어가 생기는데 그런 느낌인가 하고 살짝 갸우뚱하게 되긴 한다. 사람이 모이면 어쩔 수 없는 일이던가. 그렇지만 모르겠다, 오늘도 인스타에 올라오는 아주미라는 단어에 막 온몸이 간지럽다. '않'를 꼬박꼬박 '안'이라고 쓰는 걸 보는 느낌이랄까. 아아아... 내가 너무 단어와 문장에 집착하는 덕분이겠지, 내가 그 그룹에 몸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겠지. 그 그룹에 몸담게 되더라도 그러고 싶지 않은 것은 지금이라서겠지. 초딩 중딩 고딩 처럼 언젠가는 익숙해질 단어겠지. 아아아... ^_T 문장과 단어의 이야기를 하자면 흔하게 차에 붙은 '아이가 타고 있어요'와 '초보운전'에 대해서도 몸 둘 바를 모르겠는 경우가 종종 있다 Baby on board는 내 아이가 소중하니 너희는 닥치고 운전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가 차에 있으니 사고 시 작아서 잘 찾을 수 없는 아이를 주의 깊게 찾아봐 달라는 의미이고, 초보 운전은 내가 운전을 못하는데 뭐? 가 아니라 나의 운전이 서투르니 미안하다는 사과의 의미가 아니었던가. 그런 건 개나 줘버리고 죄다 다른 차들을 협박하는 걸 보면서... 이하 생략하고 다시 한번 아아아. 그렇지만 그걸 일일이 지적을 하며 살 수 없으니 내가 당하지 않고, 내가 하지 않으면 될 일이라며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
오늘의 BGM으로 로이킴. 점심은 뭘 먹어야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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