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링

1. 20대의 생각하는 능력은 거세당했다- 라는 말이 이렇게까지 심적으로 와닿는 경우는 기존에 없었다. 어떠한 모순된 이야기에 대해서 대다수의 사람이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거라는 생각이 들자 소름이 끼쳤다. 어째서 이러한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이것은 '모순된 사람이 존재하는 세상'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을 지적하는 사람마저 모함하는 사람으로 몰아가는 '그 모순마저도 자랑스럽게 여기는 세상'에 관한 것이다. 내 주위 사람들 역시 그것에 대한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그것을 지적하는 내게 반문이라도 하면 나는 사람을 끊고 산 속에 들어가 살아야만 하게 될까봐 묻지 않기록 한다. 

투표에 대해서는 그닥 할 말이 없다. 아직도 고민 중이다. '뽑을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라의 일에 관심이 없는지라 나라가 내 목에 칼을 들이대지 않는 이상 감흥이 없을 것 같다. 오죽하면 미래 플랜 중 하나가 이민가면서 국민연금 낸 거 돌려받기 일까. 의무를 행사하지 않고 권리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아직까지는 유효하다. 점점 나이를 먹을 수록 정치에 알러지가 생긴다. 아마 내일 아침 눈뜨면서도 고민할거다.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다 싸잡아서 우리들은 이래! 혹은 이러한 마음이니까 이래야만 해! 라고 개드립 치는건 넣어두고 들. 




2. 내게 중요한건 A와 나의 관계, A 그 자체이다.

A가 사과를 들고 있던지, 배를 들고 있던지 간에 나와는 하등 관계가 없으므로 관심을 가지기가 어렵다. 다만, A가 들고 있는 사과(혹은 배)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경우 수가 몇가지 있긴 하다.

 - A가 그 사과를 내게 준다.
 - 내가 평소에 사과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 A가 들고 있는 사과가 내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변화를 가져다준다.
 - 나도 사과를 들고 있다. (이때에는[너와 내] 사과에 대한 이야기를 - 둘 중 하나만의 얘기는 아웃)

이외의 '사과에 대한' 이야기는 필요가 없다. 나는 A가 든 사과에 대해서가 아니라, A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 덕분에 가끔 A가 사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면 어떠한 대답을 해줘야 할지 고민하느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나와 관계 없는 사과에 대해서 나는 대체 무슨 말을 해야하나. 계측조차 안되는 것을 이해할 수도, 관심이 없는것에 관심을 보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A가 사과때문에 기쁘다면 나의 관심사는 A의 기쁨이지 사과가 아니며, A가 사과때문에 아프자면 나의 관심사는 A의 아픔이지 사과가 아니다.

나는 A가 피리를 불며 춤을 출때면, 같이 춤을 추고 싶다. A가 가지고 있는 피리에 대해서는 그 피리가 얼마인지, 그 피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진건지, 그 피리의 유구한 역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 하고 나면 A(들)도 역시 나의 이 사정에는 관심이 없겠지. 아 슬프다.



3. 누군가의 말로는 차가운, 누군가의 말로는 삭막한, 그렇지만 누군가의 말로는 스스로에게 충실한 상태가 꽤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행동들에 대해 관대하지 못하게 된다. 묵언 수행도 아니고, 어째서- 라는 마음이 앞선다. 상대방에게 마임으로 전달해봐야, 처음만 집중할 뿐 금새 지루해서 다른 곳을 보는데, 그럼 나를 사랑하지 않느냐의 결론으로 서로를 괴롭히게 될텐데. 사내놈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별 수 없다. 내가 왜 바나나 단편을 싫어하는데. 그냥 말할 거 있음 말하고 서로에게 맞췄으면 좋겠다. 추처럼 어느 한쪽으로만 기울지 말고, 공평하게. 세상 어느 누가 나를 100% 이해해주겠어. 정말 기적같은 일이 벌어지리라고 믿는 사람이 많아 세상이 희망찬건지.



 4.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내게도, 결국은 적합한 때가 있는거겠지. 강박증을 좀 버려야한다.



 5. 구글링의 달인이 되어간다. 최고야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