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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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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이런 저런 이런

_e 2016. 6. 7. 09:50

꿈에서는 거실이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갔다. 꿈이면 너른 마당에 잔디가 푸르기도 해야하는데, 현실성 꾹꾹 눌러 가득 채워 어느 상가 건물의 위층이었다. 창틀과 유리창으로 가득차 있던 해가 잘 들어오는 한쪽 벽 가운데는 건물 외벽 장식의 세모지붕이 빼꼼히 솟아있었다. 전에 살던 사람이 놓고 갔다던 가구들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모두 엔틱했고, 보기에는 좋지만 내가 쓰고 싶지는 않은 기분에 허리에 손을 올리고 어디로 그 것들을 치울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여기에 커튼을 만들어 달려면 한참 걸리겠다고 생각하기까지한 자발적 노동자의 꿈이랄까. 거실과 베란다가 넓은 집을 가지고 싶다고 말한 다음 날 바로 이런 꿈이라니, 이 얼마나 욕망에 충실한 인간인지.

연휴의 끝 날에는 김빠진 사이다 맛이 나는 수박주스와 시나몬 향이 강렬하게 나는 쓴 진저에일을 마시며 비행기 타고 싶다와 여행가고 싶다를 거듭 주고 받았다. 아직 일한지 한달밖에 안 됐는데도 뭐 이렇게 놀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말에 눈꽃씨는 '삼일만 일해도 놀고 싶다'고 답했다. 그건 그렇다. 일을 하기 싫은 건 아니지만, 일도 하고 놀러도 가고 싶다. 구석구석 쌓인 짐들 죄다 내다 버리면서 대청소도 하고 싶고, 멀리 어딘가로 떠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어마어마한) 사치도 부리고 싶다.

가을 겨울에는 면허를 딸까 생각 중이고, j씨는 나의 화면과 함께 몸이 기우는 게임 운전 실력과 자전거를 못 타는 것을 보며 운전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내 주위에는 자전거를 못 타는 사람이 많고 운전을 잘하는 사람도 그 중 있으니 괜찮다고 일단 우기는 중이다. 자전거를 못 타는 친구들이 많다는 이야기에 이상한 시선을 받은 건 덤. 자전거를 못 타는게 왜, 뭐.

그리고 오늘, 나는 타인의 불평을 들어줄 만한 사람이 못된다는 걸 확실히 알았다. 대화를 위한 소재인지, 아니면 그냥 입 버릇 같은 건지 이런 저런 불평 불만을 듣고 있자니 체기가 올라와 속이 쓰린다. 사과를 먹고 싶다고 거듭 이야기 해서 사과를 먹으라 했더니 사과를 먹지 못하는 101가지 이유를 듣게 된다. 해결 될 소지와 (혹은 해결 될 소지는 분명히 있지만) 해결 할 의사가 없는 것들에 대한 (불평을 위한) 불평만이라니. 물론 대놓고 하지 말라고 하지도 못하고 여기다 이렇게 쓰고 있는 나도 똑같지만, 모두 똥이다 똥. 엉엉.

If they want to, they should be able to.
물론 나는 그냥 내버려두고 각자의 물줄기로 흐른다면 더더욱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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