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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 비상용으로 놓여있던 양산 겸용 우산을 꺼냈다.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길에는 과연 이 것이 짐이 되지 않을 것인가 살짝 고민했지만, 밥을 먹고 나오니 내려쬐는 햇볕이 강렬하다. 양산의 흔한 레이스는 도무지 내키지 않아 고르고 또 골라 겨우 구했던 검은색 양산이 휴일이면 '열'일 할 그런 계절인 것이다. 올 여름은 이천의 뙤약볕 밑을 걷지 않아도 될거라 생각했건만 역시나 인생사 모르는 법. 여름 내내 열심히 일하고 가을에는 또 열심히 놀아보자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다.
현이와 대화를 하다 왜 어릴적엔 여행의 즐거움을 몰랐나 혹은 좀 더 어릴때 많이 다녔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결론은 기승전때 였다. 모두들 가진 것 없어도 떠나라고 하지만, 하다 못해 비행기 값이라도 있어야 가서 굶어도 떠날텐데 그럴 여유가 없었고, 비행기 값을 어떻게든 모아놓고 나면 다녀와서 먹을 수 있는 쌀과 월세를 남길 수가 없었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건 생각도 하지 못했고, 떠나기 전과 돌아온 후의 모든 것들이 온건히 내 몫이니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찾았던 것 같다. 일단 떠나는 것은 다녀와 몸 누일 방이라도 온건히 있어야 가능 한 것인데 그것조차 없는 사람에게 도전 정신이 없다, 그래도 떠나라 할 수는 없는 법이지 않나. 찢어지게 가난했던 것은 아니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으로 시간이 훌쩍 지나는 그런 때였으니까. 시간과 마음과 금전적 여유가 생기고 - 여유라고는 하지만 남아 돈다는게 아니라 여행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의미로 살만해지고 나니 그제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을 보면. 남들과는 때가 달랐거니 한다. 그러니 지금의 때를 즐겨야지. 틈나는 대로 열심히, 신나게 놀아야지. 쓰고 나니 오키나와 다녀온지 한달밖에 안됐는데 또 어딘가 가고 싶다. 끙끙.
산지 보름 된 운동화의 실밥이 뜯어져 손가락이 하나 들어갈 만큼의 구멍이 생겼다. 보름이나 신고 다녔으니 교환은 안될 거고, 작은 브랜드라 오프라인 매장도 없으니 as를 위해 택배를 주고 받을 생각을 하니 한숨이 절로. 어쩔까 고민을 하다 거실로 가지고 들어와 받짇고리를 찾았다. 한땀한땀 꿰매고 나니 다시 그럴싸 해진 것이 감쪽같다. 한땀 한땀 꿰맨다고 쓰니 다소곳한 아낙의 모습이 연상되지만, 두툼한 가죽을 오고가는 바늘에 금속 골무와 롱노우즈 니퍼까지 동원된 기술자의 모습이었다. 더듬더듬 안보이는 곳에서 바늘을 꽂으면서도 제법 적당한 곳에서 바늘이 빼꼼 나오는걸 보고, 자수를 한 것이 도움이 되는구나 싶었다. 몸으로 익힌 기술은 언젠가는 써 먹게 되더라고.
첫째의 희생이랄까, 가족간의 희생이랄까에 대해 생각할 일이 잠깐 있었는데 뭐라 적자니 너무 구구절절이고, 정리도 잘 안되서 이건 다음에. 행복하고 사랑받으며 자라왔다고 생각하는데다 나를 키우는데에 든 부모님의 희생은 당연히 인정하니 그만큼 나도 갚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형제로 넘어가자면 이게 영 애매한 게, 물고 빨고 서로 죽고 못 사는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느 한쪽이 착취를 당하는 일방적인 관계도 아니었으니 나쁠 것은 전혀 없는데 타인 혹은 부모님으로부터 '가족'으로 묶어 서로에게 베풀며 살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이상해 지는 것이다. 첫째와 연장자의 입장 상 더 많이 듣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기분상이 아니라 꼭 '너에게만 미안하다'며 한마디씩 붙이며 말씀하시는 걸로 봐서는 아마... ) 이걸로 딱히 동생들을 원망해 본 적도 없지만 나에게 뒤집어 씌워진 의무를 가장한 강요를 거절할 자유는 충분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단 가족과의 관계만이 아니라 친구와의 관계도 그렇구나. 서로 아끼고 노력하니 사랑하는 가족인거지 가족이라는 타이틀이 사랑을 저절로 낳지는 않는 것 처럼, 서로 아끼고 노력하니 사랑하니 친구인거지 친구라는 타이틀에 몸을 맡겨 아무것도 안하면 아무것도 아닌 사이가 되어버리니까. 어느 한 사람만 희생하면 기울어지고 무너질테니까. 구구절절 적지 않겠다고 해놓고 또 구구절절 적어가고 있으니 이 쯤에서 스킵.
이렇게 보면 사랑이 없이 메마른 사막 같은 사람이지만, 사실 사막을 헤매는 노력을 감수한 사람에게는 아주 작은 강 줄기 내어줄 수 있는 사람 - 이라고 해봐야 사막만 보이는 사람들에겐 먹히지 않겠지.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오아시스를 만날 수 있는 사막투어에 오세요 같은 홍보는 하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 조용히 시간이 멈춘 듯 흘러가며 그리 지내는 것이 좋겠다. 나에겐 이미 강물에 목을 축이는 작은 짐승들이 몇 있는 걸, 굳이 우르르 몰려오지 않아도 충분히 평화로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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