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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년전인지 맘먹고 세어봐야 알 수 있는 꽤 오래전에, 여러개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암향에서 내개 말을 건낸적이 있었다. 그녀는 두어개의 한글 닉네임으로 내게 '우리는 어디선가 만났었다'고 말했고, 영문닉네임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그 아이는 당신 아이가 아닌 것 같다, 어디서 가져다올리는 사진이 아니냐'고 말했으며, 한글 닉네임 중 다른 하나로는 '자신은 작가이며 지금 쓰고 있는 글이 곧 데뷔를 한다'는 식으로 말했었다. 나는 내 기억상으로 그녀를 만난 적도 없었건만, 그녀는 나를 만났었고 우리가 같은 남자를 공유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녀의 정체가 밝혀지고 나서도 처음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내 예전 시간속에서 한 끝자락조차도 공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녀가 이보다 더 이전에는 꽤 유명한 작곡가의 행세를 하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다른이로부터 듣기도 했다. 그때부터 (아마도 여전히) 지금까지 자신이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 자신이 하는 사랑은 다른 사람과 얼마나 다른지를 이야기 해주기를 좋아하는 그녀는, 그 모든 것을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자신이 그런 일을 겪고 있다고, 정말 자신이 그러한 사람이라고. 꽤 아팠던 나의 지난 연애를 들쑤시며 그것이 자신에게는 당연한 일인양 여기고, 자신의 특별함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겼을 그녀는 자신의 믿음을 위해서는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겠지. 어린 내가 할 수 있는건 참다가 화를 내고 욕을 하는 것 정도였다. 지금 그랬다면 아마도 꽤 즐겁게 받아들이면서 넘어갈 수 있었을텐데.
스무살때에는 그의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왔었다. 나는 나보다 일곱살이나 많은 그의 여자친구에게 나는 '여자친구가 있다는걸 몰랐었고, 알게 된 지금은 만날 생각이 없으니 둘이 잘 사시라'고 말했다. 그가 그럴싸한 말로 포장된 온갖 사유를 들어 여자친구를 만나러 갔었다는 것을 깨닫는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한 석달쯤 지났을까, 낯선 번호로 전화를 한 그의 여자친구는 '이제 나는 헤어진다, 너 그 사람 좋댔으니까 니가 만나라' 라고 말했다. 순간적으로 들었던 생각은 '대체 스물일곱살의 여자가 스무살짜리 어린애한테 무슨 이야기를 하는걸까' 였던걸로 기억한다. 어떤 연유로 그런 전화를 내게 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몇가지 추론해보자면 헤어지고 나서 홧김에 그의 앞에서 그랬을 경우의 수 하나와, 그게 누구든 누군가에게라도 쿨하고 괜찮은 사람이고 싶었던 쓸데없는 허세감의 경우의 수 하나, 정말 너무 사랑했지만 부득이하게 헤어져야 했기 때문에 누구라도 그의 옆에서 그를 챙겨주기를 바랬던 경우의 수 하나, 자신의 남자와 그렇고 그런 사이였을 내게 옛다 이제 나 안쓰니까 너 써라 라며 던져주는 경멸감에 가까운 경우의 수 하나 등등이 있다. 나는 남자친구가 있었던 상태였고, 그때까지만 해도 순하고 착한 어린양이었기에 얼떨결에 전화를 끊었었다.
작년 말, 올해 초쯤에는 쪽지를 하나 받았다.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데, 우리와 XXX를 위해 판매하는 굿즈에 들어갈 그림을 그려줄 수 있겠느냐' 라는 모든 것 다 잘라낸 본론만이 들어간 쪽지였다. 본론만 얘기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나지만,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라는 것은 일방적인 소통이 아니지 않던가. 요구를 하기 위해서는 그 요구를 들어줄 마음이 들 수 있게 해야하는 것이 맞다. 차라리 개인 소장용으로 가지고 싶어요 라던가 그런거면 모르겠는데, 판매용이라고 하면 돈 문제이고, 게다가 그쪽 시장 일하는 직업 윤리상 그게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대충 알고, 그렇다고 그려준다는 확답이 없는 상황에서 그거 판매하면 어떤 과정으로 유통이 되고, 그 유통 단계에서 사용되는 비용이나 남는 마진은 어떻게 쓰여지느냐 같은걸 물어보기도 애매해져 버렸다. 돈에 관련된 문제는 그쪽에서 먼저 어떤 용도로 어떻게 사용 될 것이며, 그에 따른 어쩌고 등등을 제시를 해야 하는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거 돈 몇푼 남는거 얼마나 받아먹겠나. 돈 문제가 아니라 기본 상도덕의 문제였다. 말해주지 않고 일방적인 요구만 돌아오는 답에 답답한 내가 직접 찾아보니 이익은 기부금으로 사용이 된다더라. 넌 내편이니까 무조건 이거 해줘, 라는 요구만이 가득했던 떼쓰기 한판은 결국 거절로 끝이 났지만 아직도 씁쓸하게 남아있는 기억의 단편이다. 목적 없는 떼쓰기는 제 엄마나 애인한테나 해야 먹히는 시늉이라도 받을 수 있다는 걸 왜 모르는걸까.
언제나 제일 어려웠던 것은 사람이었다. 순리와 이치를 따지지 않고 떼를 쓰는 것도 사람이었고, 자신의 가치를 위해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서슴치 않는것도 사람이었다. 남에겐 안되는 것을 자신에게는 당연스레 적용시키는 것도 사람이었고, 이런 말들을 내어놓으며 투정을 부리고 있는 나 또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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